30일(현지시간) 오전 7시 26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스페이스X의 팰컨헤비 로켓에 실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년간 43억 달러(약 5조9000억원)를 들여 만든 미국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먼’이 30일(현지시간) 우주로 향했다. 미국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이 100년에 걸쳐 관측할 우주를 한 달 만에 들여다볼 정도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류가 풀지 못한 암흑물질 등의 비밀을 풀 계획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오전 7시 26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로먼 망원경을 스페이스X의 팰컨헤비 로켓에 실어 쏘아 올렸다. 발사 약 10분 만에 지구 궤도 진입에 성공한 로먼은 약 3개월 뒤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2(L2)’에 도착해 내년 초 첫 관측 사진을 보내올 예정이다.
라그랑주 포인트는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공전운동을 하는 우주선의 원심력과 균형을 이뤄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점을 뜻한다. L2는 특히 지구가 햇빛을 가려주기 때문에 언제든지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21년 발사된 NASA의 우주망원경 제임스웹도 이곳에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시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서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조립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먼은 허블과 제임스웹을 잇는 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이다. 허블이 가시광선 카메라로 우주의 기본 지도를 작성하고, 제임스웹이 적외선 카메라로 우주를 들여다봤다면, 로먼은 시야각이 큰 근적외선 카메라로 우주의 구석구석을 훑게 된다.
로먼은 1990년 발사된 허블과 비교해 시야각이 100배, 관측 속도는 1000배 이상 빠르다. 망원경에는 4K 감지기 18개로 구성된 300메가픽셀 적외선 카메라가 탑재됐다. 18개의 대형 적외선 검출기를 모자이크처럼 넓게 이어 붙여 만든 3억 화소의 대형 센서(WFI)도 있다.
이에 따라 허블보다 100배 이상 넓은 우주를 허블과 같은 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다. 보름달 겉보기 크기보다 1.5배 더 넓은 영역을 한 번에 촬영한다. 로먼 프로젝트의 수석 과학자인 NASA의 줄리 멕에너리 박사는 “허블로는 한 세기가 걸릴 관측을 로만 망원경으로는 한 달 만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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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암흑에너지 비밀 추적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우주에서 관측 활동을 하는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의 상상도. 사진 NASA
로먼의 첫 번째 임무는 우주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암흑 에너지와 우주를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암흑 물질을 추적하는 것이다. 암흑 물질의 분포는 물체의 중력 영향으로 빛이 휘는 미세 중력 렌즈 현상을 이용해 파악하고, 암흑 에너지는 우주에서 거리 측정의 좌표 역할을 하는 초신성의 밝기와 위치 변화 등을 분석해 추적한다.
이를 통해 우주가 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지 규명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과학자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의 70%는 암흑 에너지, 25%는 암흑 물질이며 우리 눈에 보이는 일반 물질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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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개 이상 외계 행성 발견할 것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스페이스X의 팰컨헤비 로켓에 실어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외계 행성들이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로먼의 또 다른 임무다. 로먼은 외계행성 관측을 위한 ‘코로나그래프(CGI)’를 갖추고 있다. CGI는 별빛을 차단해 주변의 어두운 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특별 장비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망원경으로 포착하기 어려웠던 먼 거리의 지구형 외계행성이나 별의 중력에 묶이지 않고 우주를 떠도는 유랑행성까지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 NASA는 로먼이 10만 개 이상의 외계행성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6000여 개다.
니콜라 폭스 NASA 과학미션 국장은 “허블이나 제임스 웹 망원경이 열쇠 구멍을 통해 우주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면 로먼 망원경은 그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셈”이라며 “수천 개의 초신성과 수만 개의 행성, 수십억 개의 은하, 수백억 개의 별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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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위성으로 개발하다 우주망원경으로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 망원경의 이름은 1990년 미국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의 발사 프로젝트를 총괄한 미 항공우주국(NASA) 최초의 수석 천문학자 낸시 그레이스 로먼에서 따왔다. 사진 NASA
로먼은 원래 미 국가정찰국(NRO)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적대국 감시를 위한 차세대 정찰위성으로 개발하다 중단했던 것을 2010년대 중반 NASA가 넘겨받아 우주망원경으로 전환해 완성했다.
로먼이란 이름은 1960년대 NASA 최초의 수석 천문학자로 임명된 낸시 그레이스 로먼(1925~2018)에서 따왔다. 그는 1990년 허블 우주망원경 발사 당시 해당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해 ‘허블 우주망원경의 어머니’로 불렸다. 지구 대기권 밖에 망원경을 배치하는 우주 기반 천문 관측 개념을 개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로먼 망원경의 발사 사진을 올리며 “재러드 아이잭먼 NASA 국장과 NASA의 위대한 애국자 여러분, 성공적인 발사를 축하한다”며 “지금은 미국의 황금기”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