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네팔 수력발전소 933명 실종…대홍수가 드러낸 ‘욕망의 히말라야’

중앙일보

2026.08.30 19:57 2026.08.31 00:5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을 휩쓴 대홍수로 네팔 수력발전소에서만 노동자 900여명이 실종돼 터널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참사 석 달 전 네팔이 중국에 재난 정보 공유를 적극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경을 넘는 재난 대응 체계의 허점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트리술리에서 발생한 돌발 홍수 이후 진흙이 주택들을 뒤덮은 모습이 드론으로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트리술리에서 발생한 돌발 홍수 이후 진흙이 주택들을 뒤덮은 모습이 드론으로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네팔·중국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소 919명, 실종자는 4793명에 달한다.

특히 수력발전 사업장의 피해가 크다. 네팔 재난관리청은 수력발전 사업장 약 6곳에서 노동자 933명이 터널 안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라수와 지역 어퍼 트리슐리 발전소 단지에서만 최대 350명이 갇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구조대는 터널 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리슐리 3A 발전소에서는 전날 터널 상부에 구멍 4개를 뚫은 뒤 내부 진입에 성공해 고립자들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라자 람 바스넷 네팔군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엄청난 양의 잔해물이 쌓여 있어 터널을 개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폭우로 한때 구조에 차질을 빚었지만 최대 피해지역인 라수와 당국은 이날 날씨가 나아지면서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고 밝혔다.

다만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9명은 여전히 연락이 끊긴 상태다. 한국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은 소방청 인력 9명으로 구성된 육로 수색팀을 사고 현장에서 1~2㎞ 떨어진 람체 지역까지 투입하고, 네팔 당국의 허가를 받아 헬기와 드론 수색도 시도할 예정이다.

위성영상업체 밴토르가 지난 28일(현지시간) 공개한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 트리슐리강의 라수와가디 수력발전소 모습. 위는 2024년 4월 19일, 아래는 대홍수 이후인 2026년 8월 28일 촬영됐다. AFP=연합뉴스

위성영상업체 밴토르가 지난 28일(현지시간) 공개한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 트리슐리강의 라수와가디 수력발전소 모습. 위는 2024년 4월 19일, 아래는 대홍수 이후인 2026년 8월 28일 촬영됐다. AFP=연합뉴스


수력발전소를 비롯해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곳에는 대규모 구조 인력이 투입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팔에서는 군·경찰과 자원봉사자 등 약 2만1000명이 수색·구조에 나섰고 중국과 인도도 전문 구조팀을 지원했다. 중국은 자국 피해지역에 구조인력 2100여명을 투입했다.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영국 등도 긴급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참혹한 현장 속에서도 생환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네팔 중부 바그마티주 누와코트의 트리부반 트리슐리 중등학교 교장 라젠드라 다와디가 홍수 경고를 받고 학생 약 900명을 고지대로 대피시킨 사연을 전했다. 다와디는 “10분만 늦었어도 학생들과 나 모두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신 수습은 한계에 이르렀다. 시신 안치시설이 포화되면서 네팔 당국은 신원 미상 희생자들을 임시 매장하고 있다. DNA 시료와 사진 등 신원 확인 자료를 남긴 뒤 추후 유족에게 인도한다는 방침이다. 네팔 정부는 DNA 검사 장비와 시신 냉동보관 시설 등 전문 장비 지원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30일(현지시간) 네팔 치트완의 데브가트 집단 매장지에서 무장경찰대(APF) 대원들이 대홍수와 산사태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을 매장지로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네팔 치트완의 데브가트 집단 매장지에서 무장경찰대(APF) 대원들이 대홍수와 산사태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을 매장지로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팔과 중국의 재난정보 공유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30일 로이터에 따르면 양국 당국자들은 지난 5월 27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만나 홍수·기상·빙하 재난 대응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네팔 당국자들은 회의 이후 중국에서 받은 빙하 위험과 하천 수위 정보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사우하르드라 조시 네팔 정부 홍수예보 담당 수문학자는 로이터에 “빙하나 그 주변에서 초기 움직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일찍 알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수문학자도 중국이 티베트의 폭우 예보와 관측자료는 제공하지만 “눈사태와 수위, 산사태, 극한현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참사 직후 네팔 소셜미디어에서도 중국의 사전 경보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30일(현지시간) 네팔 다딩 지역 갈치의 슈리 바게스워리 마디아믹 학교 교실이 돌발홍수로 밀려든 진흙에 뒤덮여 있다.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네팔 다딩 지역 갈치의 슈리 바게스워리 마디아믹 학교 교실이 돌발홍수로 밀려든 진흙에 뒤덮여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은 이를 반박했다. 주네팔 중국대사관은 지난 29일 “양국이 지난 5월 회의에서 재난 정보 공유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중요 정보를 네팔에 “적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세계기상센터는 참사 12일 전 네팔에 8월 14~19일 강우량 증가와 산사태·돌발홍수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만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빙하 붕괴를 예측한 것은 아니었다.

네팔 정부의 재난·기후위험 관리를 지원하는 오스틴 로드 미국 워싱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네팔과 중국 사이에는 제대로 갖춰진 체계가 없고 정보 교류도 매우 제한적”이라면서도, 빙하 붕괴 관측이 적었던 지역인 만큼 “양국의 협력 부족이 네팔 측 대응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욕망의 히말라야 개발

이번 참사로 히말라야 일대의 개발 경쟁도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빙하 붕괴와 산사태 위험은 점차 커지고 있는데, 중국·인도·네팔은 각기 대규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30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대학 교육병원에서 한 여성이 대홍수로 실종된 사람들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대학 교육병원에서 한 여성이 대홍수로 실종된 사람들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니티야 난담 벵갈루루 타크샤실라연구소 지리공간프로그램 책임자는 인디언익스프레스에 “2000년 이후 티베트에서 최소 193개 댐이 건설됐거나 계획 중이고 네팔에서도 570개 넘는 수력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티베트와 히말라야 접경지역에 대형 댐과 송전망을 건설하고 있으며 인도와 네팔도 댐·터널·철도·도로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 루스 갬블 호주 라트로브대 티베트 환경·문화·기후사 연구자는 CNN에 “수력발전뿐 아니라 광물과 관광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경쟁도 개발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지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