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단순 선원 교대 시에도 일괄적으로 이뤄지던 선박 승선검역이 사라지는 대신, 감염병 고위험 선박에 승선검역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연 1만척 안팎의 선박 입항이 빨라질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31일 이러한 내용의 검역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선박 검역을 감염병 위험도 중심으로 정비하고, 선박 위생관리체계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춰 표준화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선박 검역 시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검역관리지역’ 선박도 선원을 교대할 때마다 무조건 승선검역을 해왔다. 치명률·전파력이 높은 에볼라바이러스병 등의 검역감염병 위험이 크지 않더라도 검역관이 배에 직접 올라 검역을 진행한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일본 등 주요국이 감염병 환자·사망자 등이 있을 때만 승선검역을 하는 것과 비교해 규제가 강한 편이다. 선박 운항·하역 지연에 따른 해운업계 불편, 검역관의 해상 승선 안전사고 우려 등도 꾸준히 제기됐다. 2023~2025년 기준 검역관리지역 선원 교대로 인한 검역이 해상 승선검역의 절반 이상(57.6%)을 차지했지만, 의심 환자가 확인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검역관이 승선검역을 위해 줄사다리를 오르는 모습. 사진 질병관리청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10월부터 선박 승선검역 대상에서 ‘검역관리지역에서 선원 교대가 있었던 경우’를 제외하기로 했다. 검역감염병 전파 위험이 큰 고위험 선박에만 승선검역을 집중 실시하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검역감염병 환자·사망자가 나오거나 매개체가 서식하는 경우, 선박위생증명서를 소지하지 않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경우 등에만 승선검역이 이뤄진다.
이번 변화로 연간 약 1만척의 저위험 선박이 서류 심사만으로 신속하게 입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23~25년 검역관리지역 선원 교대 승선검역 대상 선박이 총 2만9094건이었다. 승선 대기시간 단축에 따라 선박의 적기 입항·하역이 이뤄지며 해운업계의 대기 손실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높은 파도와 강풍 속에 줄사다리에 의지해 배에 올라야 하는 검역관의 현장 사고 위험도 줄어들게 됐다.
다만 검역조사 자체가 생략되는 건 아니고, 전수 전자 서류심사로 조사 방식이 전환된다. 검역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올 연말부터 입항하는 선박 중 일부를 무작위로 선정해 승선검역하는 표본조사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16년간 동결됐던 선박위생증명서 발급 수수료는 10월부터 인상된다. 해운업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2만~10만원(선박 총 톤수별 5단계)에서 6만~30만원(6단계)으로 올리는 식이다. 다만 수수료 조정 이후에도 일본(약 15만~50만원), 미국(약 1100만~9400만원) 등 주요국보단 낮은 수준으로 급격한 부담 증가는 피했다는 게 질병관리청의 설명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관행적 규제를 덜어내고 선박 검역 체계를 위험도 중심, 국제 표준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올해 말부터 무작위 표본조사 방식의 승선검역을 함께 도입해 국경 검역의 안전성과 선박 입항 신속성을 균형 있게 확보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