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래퍼’ 벌써 3주년…해외항공사 기내에 다큐도 상영된다
중앙일보
2026.08.30 21:45
31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3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칠곡군
한글을 배우다 랩을 시작해 래퍼 그룹까지 결성하게 된 경북 칠곡군 할머니 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가 창단 3주년을 맞았다.
31일 오전 경북 칠곡군청에서 열린 창단 3주년 기념행사에는 지역민들이 대거 참석해 국내 인기 방송을 넘어 해외 온라인 플랫폼까지 진출한 할머니들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날 행사는 먼저 세상을 떠난 창단 멤버 고(故) 서무석 할머니를 기리는 추모편지 낭독으로 시작됐다. 이어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랩 공연도 펼쳐졌다.
수니와칠공주는 2023년 8월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서 한글을 배우던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직접 쓴 글을 랩으로 부르면서 화제가 됐고 KBS ‘인간극장’을 비롯한 주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31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3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칠곡군
할머니들은 저출생 극복송을 만들어 부르고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교통안전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지역 행사에서는 재능기부 공연도 펼쳤다.
창단 멤버 서무석 할머니가 2024년 세상을 떠나자 멤버들은 장례식장에서 생전에 함께 불렀던 랩으로 마지막 길을 배웅해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무석 할머니의 빈 자리는 공개 오디션으로 채웠다. 6명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이선화 할머니가 6대 1의 경쟁을 뚫고 새 멤버로 선발됐다. 걸그룹처럼 정식 멤버 외에 앞으로 활동을 준비하는 ‘연습생’도 있다고 한다.
31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3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해외 언론의 관심도 이어졌다. 로이터와 AP통신, 일본 NHK, 중국 CCTV 등이 칠곡을 찾아 할머니들의 일상과 랩을 취재했고 관련 보도는 세계 각국에 소개됐다.
또 폴란드 출신 파트리차 스카브스카(Patrycja Skawska) 감독은 이들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다큐멘터리는 인도 빈디아 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비롯해 밀라노·런던·베를린 등 해외 영화제에서 여성 역량강화 영화상과 모바일 영화상 등을 받았다.
지난 30일에는 다큐멘터리 스트리밍 플랫폼 ‘GuideDoc’을 통해 공개됐다. 할머니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해외 항공사 기내 엔터테인먼트 상영도 추진되고 있다.
31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3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칠곡군
수니와칠공주 멤버 박점순 할머니는 “먼저 간 친구도 있고 새로 들어온 친구도 있지만 같이 모여 랩을 하면 아직도 재미있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다 같이 계속 랩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수니와칠공주는 나이가 들어서도 배우고 도전하면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건강하게 활동하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