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와 신천지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대전고검장)가 8개월 만에 수사를 마무리했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등을 비롯해 두 종교단체 관련해 3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전·현직 정치인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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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보좌진 4명만 증거인멸 기소
합수본은 31일 수사 종료를 발표하면서 통일교 관련 16명, 신천지 관련 16명을 각각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신천지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강요 혐의 등으로 이 총회장 등 4명은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합수본은 지난해 말 전재수 부산시장을 비롯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며 지난 1월 6일 출범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단이 된 정치인 금품수수는 전원 불기소로 끝났다. 합수본은 전 시장이 2018년 8월 경기 가평 천정궁(통일교 본부)에서 한 총재를 만났고, 이때 까르띠에 시계가 전달됐을 것이라고까지 특정했다. 그러나 시계 실물을 확보하지 못했고, 시계를 건넸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금품수수 혐의도 무혐의로 끝냈다. 정치인 관련 기소는 전 시장 의혹 수사 과정에서 보좌진 4명이 증거인멸을 했다가 기소된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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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132명에 불법 정치기부
합수본은 통일교가 2019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국회의원 등 정치인 132명에게 219회에 걸쳐 단체 자금 1억8900만원을 불법 기부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혐의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 9명을 기소했다. 이 중 6명은 정식 재판이 아닌 약식명령 청구했다. 기소 대상은 모두 통일교 관계자다.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모두 공식 후원금 계좌로 돈을 받은 데다 액수가 적어 자금 출처를 알 수 없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총재에 대해선 불법 정치후원금 기부(정치자금법 위반)를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않았다.
한 총재는 대신 교회 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합수본은 한 총재가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 선교사 지원금 등 명목으로 회계처리를 허위로 하거나 현금으로 받은 헌금을 기록하지 않는 방식으로 교회 재산 105억원을 빼돌렸다고 봤다. 한 총재 개인 금고에서 발견한 현금 260억원을 전액 압수해 추징 보전했다.
이에 대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은 “한 총재는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았고 봉헌 주체들의 뜻에 따라 선교활동 등을 위해 공적인 용도로 집행했다”며 “수사기관이 종교적 헌신의 전통과 자율성을 단편적 잣대로 획일화하고 신앙의 고유한 맥락을 왜곡해 횡령으로 매도한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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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국민의힘 집단 입당 구속기소
신천지와 관련해선 국민의힘 집단 입당이 드러났다. 합수본은 신천지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수만명의 신도를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가입시켰다고 판단했다. 신천지 내 각 지파에 가입 목표 인원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조직적 가입을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본은 종교단체가 대규모 조직력을 이용해 특정 정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 사례가 확인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당법 위반·업무방해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당원 가입 수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관련한 의혹도 드러났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던 후보자 캠프에서 신천지 측에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천지 지파 간부는 부탁을 받고 신도 30여명을 당원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합수본은 민주당 후보자 본인과 신천지 본부 차원에서 개입한 정황은 없다고 보고 2명만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합수본은 이희자 한국근우회장이 신천지와 정치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정치인을 불법 후원했다는 의혹도 수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회장은 권성동·박성중 전 국민의힘 의원에 각각 1000만원을 후원했는데 해당 자금이 신천지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합수본은 이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몇 차례 피의자로 조사하기도 했지만, 최종 판단 없이 사건을 경찰로 이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