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피난처’ 홍콩 독립서점들, 국가보안법 강화로 줄폐점
중앙일보
2026.08.30 23:55
2026.08.31 01:33
홍콩 독립서점인 헌터 서점 내부 모습. 지난 6월 헌터 서점도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됐다. AFP=연합뉴스
중국 대륙의 지도자나 정치적 민감 사상을 다룬 이른바 ‘금서’를 판매하며 본토 독자들에게 사상의 피난처 역할을 해온 홍콩의 독립서점들이 국가보안법 강화 여파로 줄지어 문을 닫고 있다.
31일 AP·로이터 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직 언론인들이 2022년 설립한 독립서점 ‘해브 어 나이스 스테이’(중국명 류샤슈셔·留下書舍)가 전날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공식 폐점했다.
영업 마지막 날 서점에는 홍콩 언론의 황금기를 그리워하는 시민들과 본토 유학생 등 수많은 독자들이 몰려 길게 줄을 서며 아쉬움을 달랬다.
해당 서점은 지난달 폐점을 공지한 이튿날 홍콩 경찰청 국가안전부의 급습을 받았다. 당시 점주와 직원 등 3명이 ‘선동적 행위’ 혐의로 체포되고 주요 서적이 압수됐다.
서점 측은 악화된 사회적 환경과 재정난 외에도 당국의 ‘예측 불가능한 레드라인(단속 기준)’을 영업 중단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홍콩에 위치한 독립서점 '해브 어 나이스 스테이(Have A Nice Stay, 류샤슈셔)' 내부를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 서점은 8월 30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안보 당국은 국가 안보를 해치는 출판물 엄단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책이 위법인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독립서점의 수난은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3월 ‘북펀치’, 6월 ‘헌터 서점’, 7월 ‘그린필드’ 등이 잇따라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되며 문을 닫았거나 폐점 절차를 밟고 있다.
과거 홍콩은 자유로운 중국어 출판과 표현의 자유를 상징했다. 하지만 2015년 코즈웨이베이 서점 관계자 구금 사건과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공공 도서관의 톈안먼 사태 관련 서적 철수에 이어, 민간 독립서점마저 폐업으로 몰리면서 자유로운 사상의 창구였던 홍콩의 출판 생태계가 사실상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