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공사하면서 경마하라니… 말산업·경마계 “비용, 시기, 안전 3가지 문제”

중앙일보

2026.08.31 01:29 2026.08.31 05:2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한 과천 서울경마공원 부지 개발 및 경마장 이전 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한 과천 서울경마공원 부지 개발 및 경마장 이전 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과천 서울경마공원 이전 추진에 대해 경주마 생산자, 마주,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 등 축산·경마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경주마생산자협회, 마주협회 등 10개 단체가 결집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이하 축경비대위)는 지난 28일 국회 앞에서 “졸속 이전 추진으로 105년간 이어온 경마 산업의 존폐가 위태롭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는 지난 1월 과천 서울경마공원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를 통합 개발해 주택 9800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시설 이전을 선행한다고 했지만 최근엔 시간표가 더 빨라졌다. 9월 내로 이전 부지를 확정하고, 2028년부터 주택 착공을 시작하겠다고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13일 국토교통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는 현재 운영 중인 마사 일부(삼포마사)를 경기도 화성 화옹지구(호스파크)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주택을 우선 착공한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축경비대위는 이 같은 계획이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이라며 분개하며 3불가론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비용 문제다. 축경비대위는 경마장 이전에 필요한 재원을 2조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추진하다보면 실제 비용은 3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축경비대위 관계자는 “경마장 이전 재원에 대해서는 농림부, 국토부, 경기도 등 그 어떤 기관에서도 답변을 못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한 13일 올해 초 1·29 대책에서 주택 공급 대상지로 발표된 경기도 과천시 경마장(렛츠런파크) 부지의 모습.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9월까지 과천 경마장의 새로운 이전지를 발표할 예정이며 과천시가 교통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교통 개선 대책을 마련해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한 13일 올해 초 1·29 대책에서 주택 공급 대상지로 발표된 경기도 과천시 경마장(렛츠런파크) 부지의 모습.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9월까지 과천 경마장의 새로운 이전지를 발표할 예정이며 과천시가 교통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교통 개선 대책을 마련해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두 번째로 시간 문제다. 정부가 대체 마사시설로 검토 중인 화성 화옹지구는 철새도래지 등 환경 규제로 개발 제약이 크다. 아직 인허가도 완료되지 않았다. 축경비대위 관계자는 “화옹지구는 현재 터만 닦여 있을 뿐 주로도 없다. 마사도 2031년 완공될 예정인데, 2028년까지 삼포마사를 비우라고 한다”고 황당해했다.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축경비대위 관계자는 “경주마는 매우 예민한 동물이다.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경주마 절반은 이전하고, 절반은 공사장 인근의 마사에 머물면서 훈련을 해야 한다”며 “기수, 훈련사, 경주마의 안전을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계획”이라고 질타했다.

축경비대위는 정부의 이전 계획에 대해 “경마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주마와 기수의 안전, 종사자의 생존권에 대한 어떠한 진정성 있는 검토도 없이, 정부가 정한 착공 시한에 맞춰 절차를 역산하는 ‘속도전식 이전’”이라며 “생존의 위협 속에 경마계가 총집결해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당위원장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과천 경마공원과 옛 국군 방첩 사령부 이전 후 9800호의 대규모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계획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당위원장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과천 경마공원과 옛 국군 방첩 사령부 이전 후 9800호의 대규모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계획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민의힘 김은혜, 윤용근 의원과 최기식 과천의왕 당협위원장 등도 “청년과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은 필요하지만 경마 산업과 말 산업의 미래까지 흔들어선 안 된다”며 정부의 ‘속도전’에 우려를 표했다.

축경비대위에서는 ^일부 마사 선이전을 통한 주택 선착공 중단, ^경마장 이전에 앞서 재원 및 인프라 확보, ^ 말산업 종사자의 고용과 생계 보전 대책 마련, ^이전 부지 선정 협의와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한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전 비용은 토지 매각과 매입 등이 이뤄져야 산정할 수 있다. 이전 비용이 모자랄 경우 정부가 지원한다고 부처 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2028년까지 일부 마사가 화옹지구로 이전하는 데 시설물 설치에 문제가 없도록 한국마사회와 협의할 것이다. 또 먼저 공사가 이뤄지는 곳은 경마장과 산으로 가로막혀 있다.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 대해 축경비대위 관계자는 “2조4000억원이라는 재원은 토지 비용을 뺀 비용이다. 부처간 원칙적인 합의만 믿고 이전을 추진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화옹지구는 애초에 과천 서울경마공원을 보조하는 배후의 트레이닝센터로 마련한 것이다. 삼포마사를 이전하려면 규모가 더 커져야한다. 어떻게 일정을 당긴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경마장 이전 논의로 향후 활용 여부조차 불투명한 화옹지구에 추가 공사비를 투입하는 게 투자 타당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포마사는 말들이 달리는 주로와 연접해있다”며 “지금도 말을 훈련하는 사람들의 산재율이 20%를 상회하고 있는데, 향후 공사가 시작되면 안전에 대한 이슈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준([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