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25일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항소인 A씨의 항소를 각하한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챗GPT
항소인이 불가피한 사유로 민사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법원이 제출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로 항소가 각하된 사건들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하고 있는 와중에 대법원이 먼저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25일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항소인 A씨의 항소를 각하한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에게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지킬 수 없는 사유가 있었는지 살펴보지 않고 곧바로 항소를 각하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가등기말소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A씨는 항소해 같은해 6월 18일 항소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받았으나,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넘겨 7월 29일 항소각하 결정을 받았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인은 항소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하고, 법원은 1회에 한해 제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기간 내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항소를 각하해야 한다.
이후 A씨는 항소이유서를 기간 내 제출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며 항소각하 결정에 불복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인 A씨는 항소 후 소송비용 전부에 대해 소송구조를 신청했는데,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야 소송구조 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는 항소각하 결정서와 함께 소송구조 결정 사실을 송달받았다.
민사 항소이유서 기한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2023년 12월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사진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대법원은 A씨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한 사유가 있었다며 원심이 항소를 각하한 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민사소송법 제172조 제1항에 따르면 법원은 ‘불변기간’을 제외한 법정기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대법원은 민사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은 ‘불변기간’이 아니므로, 항소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다면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도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변호사 보수에 관해 소송구조를 신청했는데도 법원이 그에 대한 결정 및 송달절차를 지연함으로써 항소이유서 제출에 필요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도 못한 상태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 버렸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송구조를 통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항소인의 권리가 침해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곧바로 항소를 각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재판소원 도입 후 헌재가 민사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 사건 8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상태에서 나와 관심이 모인다. 헌재는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항소를 각하하는 게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제기된 재판소원 사건들을 심리하고 있다. 헌재가 관련 사건에 대한 판단을 앞둔 가운데, 대법원이 먼저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로 인한 항소 각하에 예외 사유를 인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