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 간판 지소연(35·사진)에 대해 경기 중 성희롱성 발언을 한 여성 심판 관련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가 “인권침해이자 권력남용”이라며 엄중한 대처를 촉구했다.
지난 28일 수원에서 열린 여자축구 WK리그 경기 중 수원FC 위민 공격수 지소연은 주심을 맡은 배선영 심판으로부터 “얘가 초반부터 예민하다. 생리하나 봐”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항의하는 선수에게 주심은 되레 경고를 준 뒤 레드카드를 손에 쥔 채 압박했다.
당시 배 주심은 “우리(심판)끼리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팀도 “교신에서 ‘생리’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후 조사 결과 배 주심이 ‘생리’ 대신 은어인 ‘걸스 데이(girl’s day)’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해당 심판의 발언에 대해 축구계 안팎에서 “동성간이어도 명백한 성희롱이며 국민체육진흥법상 인권침해 행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이근호 선수협 회장은 31일 “선수를 보호해야 할 심판이 도리어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안겼다. 카드를 무기 삼아 권력을 휘두른 만행”이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훈기 협회 사무총장은 “상대 팀(서울시청) 선수들조차 심판의 성희롱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선수협은 국제축구선수협회와 공조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도 관련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다.
남성 선수나 감독, 해설자가 여성 심판에 대해 성차별적 발언을 해 징계를 받은 해외 사례는 종종 있지만, 여성 주심이 동성 선수를 상대로 성희롱을 가한 사건은 국내외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들다.
선수협은 해당 심판 즉각 퇴출 및 최고 수준 징계, 축구협회 차원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투명한 심판 배정 기구 출범 등을 요구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은 같은 날 “축구협회 심판운영팀에 발언 경위 등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아울러 WK리그 심판진과 구단이 함께하는 간담회 개최 등 재발 방지 절차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오는 3일 심판평가협의체에서 해당 심판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여러 판정 논란 상황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경우가 많다 보니 축구인들은 “이번 만큼은 축구협회가 엄정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작 피해 당사자인 지소연은 해당 심판이 내민 옐로카드로 인해 경고 누적으로 당장 2일 경기에 나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