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왼쪽)과 김시우가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주형은 3년을 기다린 우승의 달콤함을 맛봤고, 김시우는 142억원이라는 상금을 수확했다. [AP=연합뉴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우승으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김시우와 김주형이 나란히 9언더파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세 선수는 모두 텍사스 댈러스에 사는데, 인연이 깊다.
셰플러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파70)에서 끝난 이번 대회에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264타를 기록해 우승했다. 우승 보너스 상금 1000만 달러(약 138억원)를 추가하며 통산 상금을 1억3039만 달러(약 1800억원)로 끌어올려 타이거 우즈(1억2099만 달러)를 밀어내고 이 부문 역대 1위로 올라섰다.
김주형에게 셰플러는 각별한 존재다.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함께 기도하고 성경공부를 하는 사이다. 연습 라운드도 자주 했다. 우승 경쟁도 유달리 잦았다. 생일이 같아 함께 생일파티를 한 2024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김주형은 1~3라운드 내내 단독 선두를 지켰지만 셰플러에게 따라잡혔고, 연장에서 졌다. 그해 8월 파리올림픽에선 한 조에서 경쟁하다 셰플러가 금메달을 따고 김주형은 8위에 머물렀다. 12월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는 셰플러와 김주형이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셰플러. [AFP=연합뉴스]
2024년을 기점으로 김주형의 성적은 슬금슬금 나빠지기 시작했다. 세계랭킹은 11위에서 141위까지 곤두박질쳤다. 투어 카드를 잃을 수도 있다고 보는 전문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종예선을 거쳐 나간 US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반등했고, 이어 7월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며 33개월 만에 통산 4승째를 신고했다.
우승 후 김주형은 비로소 부진의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매일 (셰플러의) 완벽함을 목격하며 살다 보니, 나도 전부 완벽해야 한다는 병적인 기준이 생겼다”고 했다. 본인 표현으로 “겸허해지고,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다 완벽함을 좇을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김주형은 올 시즌 포인트가 많은 시그니처 대회에 가장 적게(1회) 출전하고도 투어챔피언십에 올랐다. 이제 셰플러에게서 독립한 듯하다.
셰플러가 김주형에게 병을 줬다면 김시우에겐 약을 줬다. 김시우는 “비시즌 주 2~3회 (셰플러와) 연습 라운드를 함께 돌았는데, 두 번 비긴 것 말고는 모두 졌다”면서 “어려운 샷이 있을 때마다 묻고 답을 구했고, 그렇게 얻은 걸 연습으로 쌓았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내기 골프에서 매번 져 “셰플러 둘째 아들 기저귀값을 내가 다 대는 것 같다”고 농담했지만, 정작 그 자리에서 받은 건 1000만 달러짜리 레슨이었던 셈이다.
올 시즌 김시우의 어프로치(그린 공략) 타수 이득은 라운드당 0.738로 투어 전체 1위다. 아이언을 세계에서 가장 잘 쳤다는 뜻이다. 퍼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합친 타수 이득도 1.357로 2위다. 약점으로 꼽히는 퍼트까지 더해도 전체 타수 이득 5위였다. 결국 퍼트 하나만 빼면, 올 시즌 셰플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간 선수가 김시우였다.
올해 평균 스코어는 68.97타로 PGA 투어 4위다. 버디 수는 417개로 투어 1위였다. 돈도 확실히 따라왔다. 시즌 상금 1027만 달러(약 142억원)로 한국 선수 최초 PGA 투어 한 시즌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