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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약엔인데 원화 강세…환율 공식 바꾼 ‘한국 성수기’

중앙일보

2026.08.31 08:02 2026.08.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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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14포인트(0.46%) 오른 6820.02에 장을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13개월 만에 장중 1360원대로 하락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14포인트(0.46%) 오른 6820.02에 장을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13개월 만에 장중 1360원대로 하락했다. [연합뉴스]

미국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이는데도 원화는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지난 6월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1360원대로 내려왔다. 반도체 호황과 경상수지 흑자,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자금 등이 겹치면서 ‘강달러=원화 약세’라는 익숙한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90원 내린 1368.60원에 마감했다.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 지난해 7월 24일(1367.20원) 이후 약 13개월 만에 최저다.

지난 28일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잭슨홀에서 추가 정책 대응 가능성을 언급하자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다.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55% 올랐지만 원-달러 환율은 같은 날 0.48% 하락했다. 주요 통화가 달러에 밀린 것과 달리 원화값은 오히려 오른 것이다. 엔화도 달러당 160엔 안팎을 오가고 있다. 미·일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한때 반등했지만 다시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반면 원화는 강세를 이어가며 원화와 엔화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수급이다. 이른바 ‘반도체 달러’가 외환시장에 풀리며 원화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ADR 발행으로 265억 달러를 조달한 뒤 국내 투자 자금 일부를 원화로 바꾸면서 달러 공급이 늘었다. LS증권은 “공모 전 선물환 매도에 이어 7~9월 현물 환전이 유입됐고, 수출기업 네고(달러 매도)와 조선사 선물환 매도도 가세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자금 유출도 완화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는 5~6월 각각 40조원대에서 7~8월 평균 10조원대로 줄었다. 월 100억 달러 미만 매도라면 월 300억 달러를 웃도는 경상수지 흑자로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

한층 밝아진 경기 전망도 원화 강세에 한몫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 내년은 2.1%에서 2.9%로 높였다. 기준금리가 연 3%로 오르면서 한때 2%포인트를 넘었던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도 미국 기준금리 하단 기준 0.5%포인트까지 줄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원화가 “추가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했고, 다음날 잭슨홀에서는 “대외 충격에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강한 원화’의 귀환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신영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6월 고점 1559원에서 8월 말 1380원까지 11.5% 떨어졌지만, 2016~2019년 평균 1139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21% 높다”고 진단했다. 원화가 새롭게 강해졌다기보다 지나치게 약했던 수준에서 정상화되는 과정이란 해석이다.

9월은 달라진 환율 흐름의 시험대다. SK하이닉스 ADR 달러 공급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환율이 더 떨어지면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투자와 외국인의 국내주식 차익실현으로 달러 수요가 늘 수 있다. 워시의 매파적 발언으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정도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Fed가 9월 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까지 시사하면 환율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1500원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1400원대로 재반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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