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다자무역체제가 약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국내외 통상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개최한 국제 세미나에서다.
기조연설을 맡은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과 CPTPP 회원국 간 교역액은 약 3410억 달러로 전체 상품 교역의 25%를 차지해 중국(2730억 달러·20%)과 미국(1960억 달러·15%)을 넘어섰다”고 짚었다. 가입을 미룰수록 무역 경쟁력 약화와 통상 규범에서의 소외가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한국은 12개 회원국 중 10개국과 개별 FTA를 맺고 있지만 규율 범위가 제각각이고 일본·멕시코와는 협정이 없다”며 “핵심 광물·기계류 등 공급망 리스크 완화와 데이터·노동·환경 등 글로벌 통상 규범 주도를 위해 포괄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보라 엘름스 힌리히재단 무역정책총괄도 “한국과 같은 중견 통상국은 특정 강대국에 편승하기보다 CPTPP와 같은 기존 다자 틀을 활용하는 ‘선택적 파트너십’이 가장 현실적인 경로”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2021년 이후 약 5년 만에 가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실제 가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CPTPP 가입을 위해서는 12개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수적인데, 일본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