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늘 뜻밖의 진실이 숨어있다.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공기 중에서 질소를 뽑아내 비료 만드는 길을 열었다. 덕분에 밀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식빵과 파스타가 이제 가난한 식탁에도 오르게 됐지만, 그 기술로 만든 암모니아는 폭약 제조에 쓰여 숱한 목숨을 앗아간다. 기술의 양면성이다.
요즘 미국 국방 예산에서 ‘골든 돔(Golden Dome)’이 뜨거운 감자다. 골든 돔은 미국 전역을 겹겹이 감싸 적국의 탄도·순항·극초음속 미사일을 막는 차세대 방어체계다. 뜻밖에 그 뿌리는 천문학 기술과 깊게 얽혀있다.
희미한 별빛을 모아 추적하고 출렁이는 대기의 효과를 지우는 기술은 지상과 우주에서 미사일을 탐지·격추하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 양면성은 1983년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 즉 ‘스타워즈’에서 드러났다. SDI는 우주에서 구소련 핵을 격추한다는 파격적인 프로젝트다. 구상부터 중단까지 10년, 천문학자를 포함한 과학자가 대거 참여했다. 필자가 아는 피트 워든 박사도 실무를 맡았다. 이즈음 무섭게 발전한 초감도 센서와 광학장비는 지금도 연구와 국방의 이중 용도로 쓰인다. 그때 적잖은 천문학자들의 피땀으로 관측 기술은 급성장했지만, 한편에서는 학문이 전쟁수단으로 추락했다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과학윤리와 정치 사이에 낀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별이 빛나는 원리를 밝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한스 베테는 SDI 비판 선봉에 섰다. 냉전 종식과 기술 한계로 SDI는 마침내 막을 내린다. 이때 다진 센서·제어 기술은 거대 망원경에 이어 골든 돔으로 환생할지도 모른다. 미국 국방부가 잡은 골든 돔 사업비는 한국 한 해 국방비의 4배, 의회예산처(CBO) 추산은 한국 정부 예산 2년 치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