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이 소비를 끌어올렸지만 부동산이나 자동차·명품 같은 큰 고가 품목에 집중됐다. 늘어난 성과급이 국내 생산이나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2차 파급 효과는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31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실린 연구 결과다. 경기 이천과 화성, 청주 흥덕구 등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월별 소비는 지난해 성과급 지급 이후 비노출 지역보다 최대 4% 많았다. 자동차 구매와 백화점 명품 소비 등이 주로 늘었다.
이천·화성·평택·청주 흥덕·용인 기흥의 올해 1~6월 테슬라 월평균 인도량은 전년보다 105.6% 늘어 전국 평균 77.2%를 크게 웃돌았다. 이런 고가 수입품 소비는 국내로 되돌아오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 자동차 소비 100원 중 43원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 근로소득으로 돌아오는 금액은 17원에 그쳤다. 고가 재량소비도 100원 중 47원이 해외로 유출되고 근로소득으로 돌아오는 몫은 23원이었다.
같은 SK하이닉스 성과급을 받더라도 이천과 청주의 소비 흐름은 엇갈렸다. 이천은 반도체 종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소비 증가 폭은 청주 흥덕구보다 작았다. 성과급 지급 이후 이천 주민이 화성 동탄구, 용인, 수원, 성남 등 수도권 주택 매입을 크게 늘린 영향이다. 실제 동탄의 월평균 주택 매입 건수는 전년의 약 2배로 늘었다.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이천이 청주보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수도권에서 출퇴근도 가능하다 보니 관련 주택 매입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소비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1조1000억원 발생했고,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연말까지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에는 성과급이 더 늘어 성장 효과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은 연구 보고서에서 “반도체 부문의 성과가 여타 산업의 고용과 생산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재·부품·장비를 아우르는 국내 산업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