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귀족이자 치안 판사라고 믿는 술 취한 구두수선공은 “내가 당신 부인인 것은 확실하다”고 하는 아내에게 말한다. “이 여자야, 세상에서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건 죽음과 세금뿐이야.”
소동극 『프레스턴의 구두수선공』(1716)에 나오는 대사다. 영국 배우 겸 작가 크리스토퍼 블록은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거의 그대로 베낀 이 작품에 18세기 초 유행어를 쏟아부었다. 73년 뒤 벤저민 프랭클린은 친구에게 쓴 편지에 막 수립된 미국 헌법 체제가 오래갈 것 같다고 낙관하면서도 “물론 세상에서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죽음과 세금밖에 없다”고 재치 있게 덧붙인다.
이 오래된 유행어가 프랭클린이 만든 말로 아직 인용되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납세자 감정은 같기 때문이다. 죽음만큼 피하고 싶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것. 피할 수 없다면 가급적 미루고 싶은 것.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밖에 세제개편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통치자 인기와 세금의 밀접한 관계 또한 그대로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으로 이어진 로제타석의 내용은 2026년 세계 어느 정부 정책 홍보 책자에 넣어도 손색이 없다. “국민 세금 경감. 왕실에 대한 채무 조정. 사원·사제 납부금 동결. 우리 모두 잘사니 전국 축제 개최. 프톨레마이오스 5세는 합니다!”
납세자가 피하고 싶은 세금을 받아들이게 하는 원칙 또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공평해야 하고, 얼마를 낼지 확실해야 하고, 납부가 편리해야 한다. 같은 경제적 능력엔 같은 부담을, 더 큰 경제력엔 더 큰 부담을 지우되 그 차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내 세금은 늘 과도하고 옆집은 늘 적게 내고 있다는 기분 또한 유사 이래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8·3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안이 공평하고 투명한 세금 부과 원칙을 지키고 있다면, 납세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낼 사람이 벌 받는 기분이라는데 조세정의라고 한다면 이견을 좁힐 수 없다. 얼마를 내게 될지 안갯속인 것도 정상이 아니다. 세금은 그나마 확실했는데, 이제 확실한 것은 죽음뿐일까.
설득이 안 된 사람에게도 고지서를 보낼 수는 있지만, 불만을 잠재울 수는 없다. 당초 세제개편 관련 토론이 계속되고 수정 혹은 설득의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30일 올라온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엑스(X) 글과 개각으로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래도 인류의 진보로 달라진 게 있다면 목숨을 걸지 않아도 공정함을 요구할 통로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