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택 전북지사가 지난달 15일 이석규 애국지사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전북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자녀·손자녀·증손자녀에게 매년 120만원씩 유족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인상 과정과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전임 김관영 지사 시절 열악한 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연 60만원 지급안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민선 9기 출범 21일 만에 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7월 9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수당과 관련해 14개 시·군에 ‘연 60만원 지급’을 전제로 가내시(假內示, 임시 통보)했다. 그런데 이튿날 “연 120만원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13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다시 보냈고, 같은 달 31일 ‘연 120만원 지급’이 확정됐다.
전북도는 지난달 25일 공고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내 동학농민혁명 관련 유족 723명에게 1인당 연 12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올해 사업비는 8억6800만원으로, 전북도와 시·군이 ‘3대 7’ 비율로 분담한다.
김주원 기자
전북도는 ▶유족들의 지속적인 ‘월 10만원’ 요구 ▶도의회의 인상 제안 ▶6·25 참전유공자 등 다른 보훈 대상자 수당(전북 기준 월 14만~16만원)과의 형평성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 강화와 서훈 추진 등을 인상 이유로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원택 전북지사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전북도 설명이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동학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 등을 강조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번 유족수당은 단순히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국가 보훈 체계에 편입시키기 위한 ‘마중물’ 성격”이라고 했다.
민선 9기 출범 직후 단행된 수당 인상에 반발도 적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군 의견 조회는 사실상 형식적 절차였다”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보다 시·군이 재정 부담을 더 떠안는 구조도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대상자가 가장 많은 전주시는 ‘5대 5’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대상자는 현재 전주 267명, 정읍 101명, 임실 81명, 익산 74명 등 순이다.
김주원 기자
앞서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2020년부터 자체 예산으로 월 10만원씩 수당을 지급해 온 정읍시는 도비 30%(1인당 36만원)가 지원되면서 시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반사 이익을 얻었다. 전북도는 정읍시가 매년 주최하는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에 대해서도 사업비(2억원)의 30%를 내년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수당 지급 대상이 당초 549명에서 723명으로 늘어난 것도 논란거리다. 전북도는 “유족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유족 10명 중 6명이 신청한 정읍시의 기존 지급 사례를 참고해 지난해 915명의 60%만 적용해 예산에 반영했다가 올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서 받은 명단을 현행화하면서 시·군별로 실제 거주 여부 등이 파악된 유족을 기준으로 다시 산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723명도 사망·전출자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최종 신청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