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대법관 인선이 안갯속에 빠졌다. 이유를 불문하고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정면 충돌한 것은 국민적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다. 이제는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서면 제청과 반려로 불거진 헌법적 논란을 또 다른 무리수로 수습해서는 안 된다. 헌법과 법률, 기존 관례를 존중하는 것이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권한 충돌과 대법관 공백을 끝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왼쪽)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불출석 사유서 제출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간사. 김종호 기자
청와대는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가 추천한 나머지 후보 중 한 명을 신속히 재제청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또 다른 절차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 제8항에는 추천위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당 위원회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더구나 이미 한 차례 제청까지 끝난 상황에서 기존 추천 후보 3명을 그대로 후보군으로 간주해 다시 한 명을 고르라는 요구는 적절한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사퇴했을 때도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천거 절차부터 다시 밟았다. 이번에도 새로운 추천위를 구성해 후보자를 다시 추천받는 것이 법과 관례에 가장 충실한 해법이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권한을 나눴다. 대통령이 제청을 거부한 뒤 특정 후보를 제청하라는 듯한 요구를 하면 헌법이 보장한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사실상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 같은 이유로 여당이 조 대법원장을 향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을 요구하면서 남은 후보 중에서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하라고 압박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못하다.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도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새 추천위 구성 등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절차를 신속히 밟고, 청와대와도 충분한 소통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의 공석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권한 다툼으로 대법관 공백을 계속 끌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