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연무골목형상점가는 2024년부터 매년 3월과 6월 야시장을 연다. 야시장을 찾은 시민과 경기대생들. 사진 연무상인회
경기대 정문 쪽에 있는 경기 수원시 장안구 연무 골목형 상점가는 오후 시간이면 술 한잔하려는 경기대 학생들과 광교산 등산객들로 붐빈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2016년 광교 방향에 있는 경기대 후문에 신분당선 광교역이 개통하면서 학생들은 후문으로 몰렸다. 여기에 광교산 등산객들이 타고 내리던 연무동 상점가 앞 버스 정류장(구 연무동 버스종점)도 3~4년 전 사라지면서 상가는 쇠퇴했다.
고민하던 상인들은 상인회를 만들고 골목형 상점가 지정을 추진했다. 2024년 4월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되자 상인들은 상가를 알리기 위해 야시장을 계획했다. 연무동 상점가 사이에 난 도로 100m의 차량 통행을 막은 뒤 노점 등을 운영한다. ‘올빼미 거리 야시장’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음식점·주점 사장님은 물론 정육점 사장님이 만드는 육전, 미용실 원장님이 만든 떡볶이 등 특별한 먹거리도 선보였다. 이후 사장님들의 손맛(?)을 잊지 못한 이들이 상가를 찾아왔다.
경기대생 한모(21)씨는 “후문으로만 다녀서 정문에 이런 상점가가 있는지 몰랐는데 야시장 이후 친구들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서광석 연무상인회장은 “상가의 70%가 술집이라 야간 문화 활성화와 학생과 주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고민해 야시장을 열었다”며 “야시장 이후 참여하고 싶다는 상점이 늘면서 회원사도 93곳에서 112곳으로 늘었고 연무시장 등 인근 상가들도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연무 골목형 상점가는 매년 3월과 10월(2차례) 야시장을 여는데 올해는 경기대 측의 제안으로 대학 축제 기간인 9월 11일에도 야시장을 연다. ‘건강 걷기 야시장’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경기 수원 연무골목형상점가는 2024년부터 매년 3월과 6월 야시장을 연다. 야시장을 찾은 시민과 경기대생들. 사진 연무상인회
경기 수원 연무골목형상점가의 한 상가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표시가 붙어있다. 최모란 기자
지자체들이 골목형 상점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골목형 상점가는 2000㎡ 이내 구역에 일정 수 이상(30곳)의 점포가 밀집한 곳을 대상으로 상인회의 신청을 받아 시·군이 지정한다. 전통시장보다 규모가 작아도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할 수 있고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자체 등이 추진하는 상권 활성화 지원·공모사업에도 참여가 가능해 지역 경기 활성화로 이어져서다.
화성시 효행구 봉담읍에 있는 봉담 골목형 상점가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상점가는 아파트가 밀집한 봉담2지구에 있다. 인근에 상가 건물 등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2024년 완공 예정이던 화성세무서 신축 계획이 지연되면서 건물마다 입주한 곳보다 빈 상가가 더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골목형 상점가(300여개 상가)로 지정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상인들은 소셜미디어(SNS)로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상점가’라는 것을 알리고 대형마트의 문화센터처럼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기, 색칠공부 등을 하게 하고 페이스 페인팅, 캐리커처 그려주기 등 행사도 열었다. 지역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가로 사람들이 몰렸다. 김정훈 화성시 골목형 상점가 연합회장은 “봉담2지구는 대부분의 주민이 삼성이 있는 동탄이나 현대·기아차 공장이 있는 남양·우정 등으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사실상 저녁과 주말 장사만 됐다”며 “지역 화폐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온누리상품권은 5~10% 할인 판매하고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유흥업소 외엔 어디든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니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왔다”고 말했다. 봉담골목형 상점가가 알려지면서 상가의 공실도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경기 화성시 봉담골목형상점가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SNS 홍보 등으로 손님들을 모으고 있다. 사진 봉담상인회
현재 전국의 골목형 상점가는 2000여곳.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경기도엔 171곳(7월 기준)의 골목형 상점가가 있다. 문제는 점포 밀집 기준과 복잡한 상인조합 설립 등 요건으로 도시 중심으로 지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경우 수원(33곳)·용인(17곳)·부천(10곳) 등에선 활성화되고 있지만, 동두천·여주는 한 곳도 없고, 광주시와 가평군은 최근 각 1곳씩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용인·고양·안산·파주 등 다수의 지자체가 관련 기준을 완화하는 등 골목형 상점가 육성에 나섰다.
상인들은 골목형 상점가 지정 외에도 상권 홍보와 관련 행사 등 손님들이 계속 찾아오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역 한 골목형 상점가 관계자는 “상권 홍보 차원에서 행사할 때마다 소음 등으로 지속해서 민원을 넣는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골목형 상점가 관계자도 “상가가 골목에 오밀조밀 모여 있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 관련 민원이 속출한다”며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상권이 더 활성화되면 시민들의 만족도도 올라가고 주변 지역 가치도 오른다”며 “상권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