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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설’ 돌던 조현 남았다…개각 가른 한·미 관계 위기론

중앙일보

2026.08.31 13:00 2026.08.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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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3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CPTPP 가입 관련 향후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 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3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CPTPP 가입 관련 향후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단행한 개각에서 눈에 띈 건 새로 바뀐 6개 부처 장관뿐만이 아니었다. 교체 가능성이 심심찮게 거론됐던 조현 외교부 장관이 자리를 지킨 것을 놓고 외교가에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간 조 장관 교체설은 동맹파를 겨냥한 자주파와 통상라인의 견제 속에 꾸준히 제기됐다. 조 장관 본인도 주변에 거취를 두고 “내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개각에서 외교ㆍ안보라인 가운데 바뀐 자리는 국방부뿐이다. 방향은 외려 한ㆍ미 동맹 강화를 가리킨다.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신철 전 대장은 한ㆍ미 연합군 부사령관을 지냈다.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전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2단계인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미측과의 협의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배치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한ㆍ미 관계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외교수장까지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최근 한ㆍ미 사이에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부터 핵추진잠수함, 원자력협정 개정까지 민감한 현안이 얽혀 있다. 대미투자는 아직 1호 투자처조차 확정하지 못했고, 미국은 투자 진전 없이는 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 후속 협상만 별도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뜻까지 정부에 전달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한국의 중동전쟁 지원 문제에 불만을 드러낸 뒤 한ㆍ미 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실제 같은 달 27일까지 예정됐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는 엿새 앞당겨 21일 조기 종료됐다. 당시 미국에선 “트럼프가 한국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것 같다”(지난달 17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평가까지 나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 장관의 호흡도 유임 배경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전북 익산 남성중 선후배이자 1979년 외무고시 13회 동기다. 진로를 고민하던 조 장관에게 위 실장이 외시를 권한 인연도 있다. 이후 두 사람은 나란히 외시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두 사람은 주요 현안에서 보조를 맞춰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9월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외교부ㆍ국방부 출신 안보실 차장이 빠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조 장관은 “20년 전 프레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자주파와 통상라인의 견제를 동시에 받는 과정에서 위 실장과 조 장관의 공조가 오히려 단단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4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 점검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4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 점검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는 역대 정부에서 안보실과 외교부가 주도권을 놓고 충돌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NSC ‘자주파’와 외교부 ‘동맹파’ 갈등이 윤영관 외교부 장관의 사퇴로 번졌고, 당시 북미국장이던 위 실장도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에선 정의용 안보실장 중심의 대북ㆍ대미 협상으로 ‘외교부 패싱’ 논란이 반복됐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다.


현 여권에서 미국을 직접 상대해본 인적 풀이 두텁지 않다는 현실도 조 장관 유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북 문제에 무게를 둔 인사들이 외교ㆍ안보라인에 다수 포진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미국과의 사전 조율 문제가 반복해서 불거졌다. 2018년 8월 남북 철도 공동조사는 유엔군사령부 승인 문제로 석 달 넘게 지연됐고, 같은 해 10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천안함 피격 이후 남북 교역 등을 제한한 ‘5ㆍ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거는 일도 있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월 22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아세안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월 22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아세안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가에선 “당시에도 미국 조야의 의사결정 구조를 잘 아는 인사가 핵심에 있었다면 조율 양상이 달랐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주미 정무공사와 외교부 북미국장을 지낸 위 실장은 이후 이재명 대표 체제 민주당에 영입돼 2024년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안보실장을 맡았다.

이런 흐름 속에 조 장관은 지난달 24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했고, 이달 중 방미해 대면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사람을 바꾸기보다 지금 있는 사람들이 미국과 엉킨 전선을 먼저 관리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교ㆍ안보 인사는 한 자리만 떼어 바꾸기 어렵다”며 “외교부ㆍ통일부ㆍ국정원 전체의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하는 문제인데, 지금 그만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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