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선전포고일까 외연 확장을 위한 협력일까.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를 ‘민주당TV(약칭 민티)’로 확대 개편하고, 1일 오전 7시 첫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
민주당은 31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당 공식 기조를 왜곡 없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 방송과 동시간대 편성을 통해 ‘김어준 의존도’를 줄이는 진영 내 ‘유튜브 전쟁’의 서막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 홍보위원회에 따르면, 1일 첫 방송 주제는 당의 혁신과 지방 성장 등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당내 특별 기구 ‘메가텐’이다. 방송은 김민석 대표가 직접 출연해 핵심 의제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1부와, 현안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대담 형식의 2부로 꾸려진다.
2부에서는 과거 ‘매불쇼’ 작가팀이 합류해 정치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MBN 등 방송에서 뉴스 진행 경험이 있는 유튜버 박영식씨가 단독 진행자로 발탁됐다. 친명(친이재명) 유튜버로 분류되는 박씨는 29일 자신의 방송에서 “(김어준씨를) 우군으로 보는 것과 성역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김씨와 과거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한 인사다.
지난달 6일, 대표 후보 시절 김어준씨 방송에 출연한 김민석 대표와 김어준씨. 유튜브 캡쳐
김민석 대표는 “민티는 교과서, 다른 미디어는 학습지. 경쟁은 없고 협력은 많을 것”이라고 했고, 김남준 홍보위원장은 “진보 채널과 경쟁 관계가 아니라 연대하고 협력해 품격 있는 공론 생태계를 만들겠다”(김남준 홍보위원장)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탈(脫) 김어준’ 효과에 기대를 거는 이가 많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과거 당이 어려울 때 김씨 방송이 힘이 된 건 맞지만, 이제 김씨 본인이 기득권이자 거대한 언론 권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개혁 등 주요 현안을 다룰 때 답을 정해놓고 유도심문을 하거나 나만 옳다는 식의 태도는 도를 넘었다. 민주당TV가 대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새 지도부와 김어준씨와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8일 이용우 대변인은 김씨가 방송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가 반등한 정권은 없다”고 단언하자,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의 반등 사례를 제시하며 “틀렸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언론 권력은 정확해야 하며, 진영 미디어일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장은 이미 지지층 내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친청(친정청래) 지지층이 모인 딴지 게시판에는 “민주당TV, 궁금해하지도 들어가지도 말자”, “더 열심히 겸공, 매불쇼를 챙겨보겠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한 이용자는 김민석 대표의 “민티는 교과서, 다른 미디어는 학습지” 발언을 공유하며 “자기들 아쉬울 때는 방송에 나와 후원과 표를 구걸하더니, 자기가 뭔데 교과서와 학습지를 판별하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친명(친이재명) 커뮤니티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이합갤)’에서는 “김어준 방송은 뇌피셜, 민주당TV는 오피셜”, “민주당 TV가 5분 일찍 시작해서 다행이다. 기대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일각에는 확고한 구독층과 강성 지지층이 단단하게 결집한 김어준씨 방송의 파급력을 민주당TV가 단기간에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31일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김씨 방송 구독자는 232만명, 최고 동시 시청자 수(최근 방송 15개 기준)는 19만명, 평균 동시 시청자는 4만7000명에 이른다. 비슷한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의 평균 최고 시청자 수가 7941명, 평균 동시 시청자가 2042명인 것과 비교하면 김씨 채널의 파급력은 압도적이다.
공희준 정치컨설턴트는 “민주당이 동시간대인 김씨 방송을 의식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면서도 “자칫하면 김씨 방송 구독자가 아니라 방송 색깔과 패널이 겹치는 친명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빠져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홍보위원회는 1일 방송 이후, 3·8·10일 총 4번의 시범 방송을 진행한 후 14일부터 정규 방송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