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기업 전략은 비교적 단순했다.자동차 회사는 자동차 회사끼리, 은행은 은행끼리 경쟁했고, 소매업체들은 더 좋은 상품과 저렴한 가격, 매장 위치로 고객을 확보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규칙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도 품질과 비용 관리는 필수지만 단순히 더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의 광범위한 요구를 해결하고, 서로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며,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디지털 시대의 첫 번째 큰 변화는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이라는 기업을 생각해보자. 아마존을 소매업체, 영화 제작사, 식료품 회사, 광고회사, 아니면 클라우드 컴퓨팅 가운데 하나로 규정할 수 있을까? 애플 역시 컴퓨터 제조업체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음악, 결제 시스템,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와 금융 서비스 분야에도 진출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 전통적인 경쟁자만 바라보다가는 진짜 경쟁자가 누구인지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택시회사가 경쟁 택시회사들을 분석하며 전략을 세우고 있는 동안, 우버와 같은 기술 플랫폼은 차량 호출과 요금 지급 방식 자체를 바꿔 놓았다. 호텔 업계 역시 길 건너편의 신축 호텔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을 때, 에어비앤비는 수많은 개인 주택을 숙박 시장에 등장시켰다.
기업이 자신을 정의하는 좋은 방법은 “고객이 실제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고객이 원하는 것은 DVD 자체나 영화관 티켓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더 편리하게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고객의 필요를 이해한 기업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은행 지점 방문을 번거로운 일로 여기지만 입금과 청구서 지급, 대출이나 송금 등의 업무는 안전하게 처리되길 원한다. 모바일 뱅킹과 결제 앱이 이러한 고객 요구를 해결해준다. 그러나 현재 제품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면 과거에 갇힐 수 있다. 고객 요구를 중심으로 해야 혁신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보완재(complement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완재란 다른 제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앱, 클라우드 저장공간, 무선 이어폰, 스마트워치, 결제 서비스 등과 연결될 때 훨씬 유용하다. 애플의 경쟁력도 아이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을 둘러싼 생태계가 핵심이다. 경쟁 업체가 아이폰의 특정 기능 하나를 모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를 따라 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또 하나의 강력한 경쟁력은 ‘네트워크 효과’다. 네트워크 효과란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구인·구직 정보 업체인 링크드인은 더 많은 전문가와 기업이 참여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온라인 시장도 판매자가 늘면 더 많은 구매자가 찾게 되고, 구매자가 늘면 더 많은 판매자가 참여하게 된다. 자기 강화의 순환구조다. 새 경쟁자가 웹사이트를 조금 더 좋게 만든다고 해서 기존 네트워크를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개념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바로 플랫폼이다. 전통적인 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만 플랫폼은 다양한 그룹들이 만나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에어비앤비는 숙소 제공자와 여행객을 연결하고, 쇼피파이는 판매자를 고객, 소프트웨어 개발자,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 등과 연결한다. 따라서 플랫폼의 역할은 단순한 제품 생산에 있지 않다. 참여자들이 신뢰감을 갖고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규칙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플랫폼의 핵심 역할이다.
이러한 변화는 거대 기술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적용된다. 동네 식당도 더는 음식과 가격만으로 경쟁이 어렵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 배달 플랫폼,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 온라인 리뷰 등도 고객 만족도를 결정한다. 어쩌면 이들 요소가 음식만큼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이제 단순히 “어떻게 더 좋고 더 싼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니라 “우리가 고객의 어떤 필요를 해결하고 있는가?”하는 것도 물어야 한다. 보완 서비스는 무엇인지, 또 고객과 파트너, 공급업체를 연결해 추가 가치를 만들어낼 방법은 없는지 등도 연구가 필요하다.
품질과 효율성은 여전히 기업의 핵심 가치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경쟁의 단위가 고객을 중심으로 구축된 시스템으로 점차 이동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 기업만이 미래가 있다. 자신을 계속 좁은 범위에 가두는 기업은 사라지고 있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