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열린광장] 영화 ‘오디세이’가 불러낸 3000년의 이야기

Los Angeles

2026.08.31 18:1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남봉규 / 미래 관광 대표

남봉규 / 미래 관광 대표

영화 ‘오디세이’가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 3000년 전 지중해로 돌려놓고 있다. 거대한 스케일과 영웅들의 모험도 흥미롭지만, 튀르키예와 그리스,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영화 속 장면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고대 유적과 지중해의 섬들은 더는 지도 위의 관광지가 아니다. 신과 인간, 전쟁과 사랑, 유혹과 시련,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한 인간의 간절한 이야기가 실제 풍경 속에서 되살아난다.  
 
여정은 트로이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튀르키예 서북부에 남아 있는 트로이 유적에 서면 발굴된 성벽과 도시의 흔적 위로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오디세우스와 트로이 목마의 전설이 겹쳐진다.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서부터가 신화일까? 바로 그 경계에서 여행은 가장 흥미로워진다. 책 속의 몇 줄이 실제 땅과 성벽을 만나고,수천 년 전 이야기가 눈앞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트로이는 신화와 역사, 문학과 고고학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여행지다.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하면 신화는 훌륭한 여행 안내자가 된다. 신화를 모르고 보면 무너진 기둥과 오래된 신전일 수 있지만, 제우스와 아테나, 포세이돈의 이야기를 알고 아가멤논과 오디세우스의 운명을 생각하며 걸으면 같은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나 여신의 도시를 상징하며 고대 그리스 문명의 절정을 보여준다. 미케네의 거대한 성벽과 왕궁에서는 트로이 전쟁으로 향했던 영웅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여행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귀로 이야기를 듣고, 머리로 역사를 이해한 뒤, 마지막에는 가슴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지중해를 건너 시칠리아로 이어진다. 그리스와 로마, 비잔틴, 아랍과 노르만 문명이 차례로 이곳을 지나가며 섬 전체를 거대한 역사책으로 만들어 놓았다. 팔레르모에서는 여러 문명이 융합된 독특한 도시 문화를 만나고, 몬레알레 대성당에서는 눈부신 황금빛 모자이크에 감탄하게 된다. 시라쿠사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극장과 유적을 걷고, 아그리젠토의 ‘신전의 계곡’에서는 이탈리아 땅에 이토록 장엄한 그리스 신전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고대 지중해는 나라를 갈라놓은 바다가 아니라 사람과 문명, 신화와 역사를 연결한 거대한 길이었다.
 
그리고 시칠리아 동쪽에는 해발 3300m가 넘는 에트나 산이 솟아 있다. 고대인들은 땅속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붉은 불길을 보며 이곳을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일하는 ‘신들의 대장간’이라 생각했다.  
 
에트나 산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는 시칠리아의 보석 타오르미나가 자리한다. 고대극장에 서면 무대 너머로 푸른 이오니아 해와 웅장한 에트나 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2000년 전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이 바라보았던 바로 그 바다와 산을 오늘의 여행자도 같은 자리에서 바라본다. 황금빛 바로크 도시 노토를 지나 포짤로에서 배를 타면 몰타로 이어진다. 수도 발레타의 성벽과 요새, 성당과 오래된 골목에는 지중해를 차지하려 했던 수많은 세력의 역사가 남아 있다. 바다 건너 고조 섬에는 오디세우스가 요정 칼립소에게 붙잡혀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칼립소의 동굴’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오디세이’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몰타와 고조 섬의 바다에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파도처럼 떠다닌다. 신화가 모두 역사인 것은 아니지만, 신화가 태어난 땅을 직접 걸어보면 왜 그러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신화는 고대인들이 자연과 인간,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했던 또 하나의 언어였다. ‘오디세이’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지중해의 유적과 바다, 에트나 산에서 계속되고 있다. 세상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여행에도 때가 있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것, 그것이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인지도 모른다.

남봉규 미래관광 대표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