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금리가 낮아야 한다”며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해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쏟아냈다. 백악관의 정치적 요구와 Fed의 긴축 움직임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워시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를 매우 존중하며 그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 금리는 너무 높다”며 Fed의 금리 정책에 날을 세웠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왼쪽)과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오른쪽)이 자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5년 전만 해도 지표가 좋으면 금리가 내려갔는데,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너무 두려워해 금리를 올린다”며 “성장과 성공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 경제가 잘나갈 때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고 많은 경우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날 워시 의장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을 규정한다면 ‘글로벌 투자 급증’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G20 회의에서 ‘글로벌 저축 과잉’이 주요 화두였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면서다.
이에 앞서 워시는 지난달 28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Fed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탄탄한 성장세와 글로벌 투자 급증이 이어지는 만큼 물가를 잡기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의 시각차를 가르는 핵심은 성장을 금리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요가 상품ㆍ서비스 공급능력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성장이라면 긴축이 필요하지만, 투자와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의 생산능력 자체가 커진 구조적 성장이라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생산능력이 커진다면 현재 금리가 과거만큼 경기를 억누르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워시도 “핵심 질문은 잠재성장률이 어느 정도인지, 특히 생산성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라고 짚었다.
시장은 일단 워시의 손을 들어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잭슨홀 이전 35% 수준에서 이날 65.4%까지 올랐다. 국채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765%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1월1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Fed가 실제 인상에 나선다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와 워시의 갈등도 본격화할 수 있다고 본다. 워시 의장의 전임인 제롬 파월도 임기 내내 인신공격까지 동원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견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