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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조던·우즈를 흔든 단 하나, 아버지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중앙일보

2026.08.31 19:19 2026.08.3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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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와 그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 메시 인스타그램

리오넬 메시와 그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 메시 인스타그램

초인적인 활약을 하는 ‘스포츠 황제’들에게도 무장해제되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아버지다.


리오넬 메시는 1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내려놓았다.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호르헤 메시의 부고가 결정타였다. 메시는 은퇴 발표문에서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 이후 이 결정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메시에게 아버지는 특별하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앓던 어린 시절 매일 밤 다리에 주사를 놓아주고, 주저하는 바르셀로나에 커피숍 냅킨 계약을 쟁취하며 커리어의 모든 길을 닦아준 아버지가 사라진 하늘 아래 더 이상 증명해야 할 대표팀 무대는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리오넬 메시와 아버지 호르헤 메시. 사진 메시 인스타 그램

리오넬 메시와 아버지 호르헤 메시. 사진 메시 인스타 그램


돌아보면 스포츠 역사를 지배한 GOAT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언제나 거대한 균열을 불러왔다.


1993년 여름, 마이클 조던의 아버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강도들의 총격으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전성기를 달리던 농구 황제는 충격 속에 농구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들이 야구 선수가 되길 바라던 아버지의 뜻을 따라, 눈물 젖은 빵을 먹는다는 마이너리그 야구 버스에 올랐다.

마이클 조던과 그의 아버지 제임스 조던. 중앙포토

마이클 조던과 그의 아버지 제임스 조던. 중앙포토


그 외도는 조던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났어야 할 황금기 1년 반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농구의 신이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타율 2할 2푼 타자로 고전하는 동안 3연패를 달성하던 시카고 불스의 연속 우승 기록은 멈췄고 조던이 농구 선수로서 쌓아 올릴 수 있었던 수많은 기록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조던은 1995년 봄 코트로 돌아와 1996년 다시 불스를 정상에 올려놓은 뒤, 공교롭게도 ‘아버지의 날’에 라커룸 바닥에 엎드려 오열하며 비로소 뼈아팠던 외도의 빚을 털어냈다.


타이거 우즈도 비슷하다. 2006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얼 우즈는 특수부대식 훈련으로 아들을 ‘그린 위의 완벽한 병기’로 빚어낸 조련사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사라진 후 우즈의 내면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폭주했다.

타이거 우즈가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 후 아버지 얼 우즈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 후 아버지 얼 우즈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즈의 아버지는 아들을 군인으로 키우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정작 우즈는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따라가려 했다. 해군 특수부대 캠프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하면서 진지하게 군인이 되려 했다. 전투화를 신고 구보하고 낙하산 강하 훈련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무릎과 아킬레스건이 심각하게 파열됐다.

운동 선수에게 생명과도 같은 몸을 스스로 망가뜨린 기행이었다. 결국 군인을 포기하긴 했지만 목표를 잃은 그는 뒤이어 충격적인 성추문 스캔들을 냈다. 골프선수로서 전성기인 30대를 우즈는 기나긴 부상, 수술, 이혼, 그리고 입스라는 지옥 같은 암흑기로 만들어버렸다.


어머니가 승패와 상관없이 돌아갈 수 있는 ‘무조건적인 안식처’였다면, 아버지는 내면의 규율과 승부욕을 통제하는 핵심 초자아(Super-ego)다. 그래서 아버지의 부재는 스포츠 황제들을 순식간에 길 잃은 소년으로 되돌려 놓기도 한다. 조던은 전성기 공백을, 우즈는 육체와 명예의 붕괴를 대가로 치르며 그 상실의 터널을 지나왔다.


팬들은 이들을 초인으로 기억하지만, 그 이면에는 늘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소년의 간절함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본다. 아버지를 잃고 흔들리고, 전성기를 허비하고, 무너져 내렸던 그 시간들이야말로 그들이 완벽한 기계가 아니라 피와 눈물을 가진 한 사람의 아들이었음을 증명하는 인간적인 순간이었다.

2021년 메시와 그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 AFP=연합뉴스

2021년 메시와 그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 AFP=연합뉴스


조던과 우즈는 아버지의 죽음을 한창 전성기를 통과하던 서른 즈음에 맞았다. 메시는 서른아홉이다. 아버지가 그만큼 오래 곁을 지켜준 덕분에, 메시는 두 선배보다 훨씬 긴 시간 아버지와 함께 정상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 메시 팬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시대 최고의 축구 선수가 마음의 평안을 되찾기를 바란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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