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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시켜 서로 성폭행”…234명 덮친 ‘성착취 지옥’

중앙일보

2026.08.31 19:26 2026.08.3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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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테랑-끝까지 잡는다
“전국 베테랑 형사들이 직접 꺼낸 단 하나의 ‘크라임 신’”

중앙일보와 경찰청이 협업해 사건 해결의 결정적 장면을 베테랑 형사들의 시선으로 기록합니다. 영화나 소설처럼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형사들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한 순도 100% 진짜 사건. 작은 티끌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베테랑들의 집념과 생생한 추적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이 기사는 정계민 형사의 구술을 재구성해 작성했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임을 밝힙니다.


#1. 세 명의 발신자
2023년 12월 24일 서울 명동거리 모습. 뉴스1

2023년 12월 24일 서울 명동거리 모습. 뉴스1

2023년 12월 26일, 1년간 끌어온 마약 수사를 마무리하고 특진과 종무식만 기다리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 수상한 사건이 떨어졌다.

수사의 시작은 20대 여성 김서연의 신고였다. 2023년 12월, 자신들을 ‘자경단’이라 부르는 이들이 김서연에게 접근했다. “당신 얼굴로 만든 불법 합성물이 유포됐다”고 알렸다. 이어 유포자가 전 남자친구로 의심된다며 그의 인적사항을 넘기면 대신 ‘참교육’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김서연은 상황을 믿기 어려웠고, 모르는 이들에게 개인정보를 줄 수도 없어 도움을 거절했다. 그러자 자경단은 협박단으로 돌변했다. 아버지와 동생에게 공중전화로 연락하고, 회사에 합성물까지 뿌렸다. 이 모든 일은 단 사흘 만에 벌어졌다.

특히 기묘한 건 공중전화의 발신지였다. 전화는 서울ㆍ경기ㆍ대구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걸려왔다. 각각 다른 지역에서, 각각 다른 사람들이 김서연과 김서연의 회사, 동생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협박한 것이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경찰에 붙잡힌 유일한 피의자는 10대 남성 박현우. 그는 “나는 예비 전도사이고, 목사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놨다.

경찰 수사 결과는 이랬다.

우선 수사관들이 본 박현우는 피의자이지만, 또 한편으론 피해자 같기도 했다. 스스로 가학행위를 한 사진이 포렌식을 거친 박현우의 휴대전화 안에 남아 있었다. 그 사진 역시 ‘목사’라는 사람의 지시에 의해 찍은 것이었다.

목사가 예비전도사, 전도사, 선임전도사 등에게 보낸 메시지. 사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목사가 예비전도사, 전도사, 선임전도사 등에게 보낸 메시지. 사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목사는 박현우에게 ‘반성문을 낭독하라’ 고 시켰다. 박현우가 증언한 목사의 지시와 협박은 일종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심했다. 그리고 연락부터 지시까지, 모든 과정이 철저한 보안 아래 이뤄졌다. 연락은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이뤄졌고, 매일매일 1대1 채팅방의 기록을 지우라고 박현우에게 지시했다.

심지어 박현우는 목사의 지시로, 자신의 몸을 바늘로 꿰었다.

목사라는 놈은 어린 박현우의 심리를 잘 파고든 것 같았다. 실제 박현우는 보름 동안 목사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 그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한 것이다.

목사는 박현우에게 협박을 지시하며 또 다른 협박 대상자들을 늘려 나갔다. 박현우가 목사의 지시로 연락한 이들 중 연락을 끊거나 도망간 사람들은 SNS의 ‘박제’ 채널에 신상 정보가 공개되고, 그렇지 않고 협박에 응할 경우 목사에게 넘겨져, 더한 협박을 받게 되는 ‘범죄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박현우는 목사에게 단 한 명의 협박 대상자도 넘기지 못한 상태였다. 대신 신상 정보가 ‘박제’된 사람이 열 명이었다. 박현우에 따르면, 그의 행동이 답답했던 목사는 김서연의 불법 합성물을 회사에 뿌리고 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박현우는 그 지시를 따르다 뒤를 밟힌 것이다.

당시 정 경위의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피해자들뿐이었다. 신상을 박제당한 피해자들을 만나도, 목사에 대해선 단 한 줌의 정보도 알 길이 없었다. ‘대체 이게 뭐지?’ 정 경위는 사건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리고 며칠 뒤. 정 경위는 대구 출장에서 신상을 파악한 피의자, 이준혁을 찾아갔다.

10대였던 이준혁은 목사와 그 일당 사이에서 ‘에이스’로 불리고 있었다. 그건 곧 이준혁이 특출나게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왔단 뜻이었다. 목사 일당 내에서 직함이 ‘예비전도사’였던 박현우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준혁이 석 달 동안 목사에게 넘긴 이들만 20명이 넘었다.

증거 목록을 살피며 이준혁에게 질문을 이어가던 정 경위의 시선이 한 영상 파일에서 멈췄다.

(계속)

영상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10대였던 이준혁이 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한동안 침묵하던 이준혁은 조금 뒤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대전의 한 모텔에서 어떤 남자한테 강간을 당했어요.”

더 경악한 건, 성폭행 가해자인 그 남자도 다른 여자한테 강간을 당했다는 것이다.
“목사가 시켰어요.” 피해자만 234명 쏟아진 이 사건의 전말,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7681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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