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소량 생산에 돌입했다. 범용 D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데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 시장까지 추격 범위를 넓히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CXMT가 인공지능(AI) 가속기 등에 쓰이는 HBM3E를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급 대상은 중국 업체들이다. 알리바바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자회사 T-헤드(핑터우거), 중국 AI 반도체 업체 캠브리콘 등이 자사 AI 가속기에 CXMT의 HBM3E를 탑재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검증을 통과하면 이르면 2027년부터 실제 제품에 탑재될 전망이다.
김영옥 기자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메모리 반도체로,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이다.
HBM3E는 엔비디아 H200과 블랙웰 계열 등 현재 널리 쓰이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제품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계 ‘빅3’는 이보다 한 단계 앞선 6세대 HBM4를 양산하고 있다. CXMT는 아직 한 세대 뒤에 있지만, 범용 D램을 넘어 모바일용 LPDDR6(차세대 저전력 모바일 D램)와 HBM3E까지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CXMT가 이같이 첨단 메모리 개발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중국 내 수요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첨단 HBM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AI 반도체 업체들은 자국산 부품 확보를 늘리고 있다. 성능 등이 선두 업체에 못 미치더라도 중국산 HBM을 채택할 수요 기반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양산 능력에서는 선두 업체와의 격차가 크다.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지난 6월 CXMT의 이전 세대 HBM3 8단 제품의 전공정 수율을 약 35%, 후공정 수율을 약 70%로 추정했다. 이를 합친 종합 수율은 약 25%다. 적층 난도가 더 높은 HBM3 12단이나 HBM3E 12단 등은 이보다 수율이 더 낮을 것으로 분석했다.
CXMT는 메모리 호황을 타고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03억 위안(약 3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4% 증가했고, 순이익은 776억 위안(약 16조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 7월에는 상하이 과창판(과학기술주 전용시장)에 상장해 약 12조원을 조달했다. CXMT는 이달 출시되는 샤오미의 신형 폴더블폰 ‘샤오미 18 폴드’에 LPDDR6를 공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