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의 충격이 채권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 속에 30년물 금리 상승이 먼저 두드러진 데 이어 최근에는 10년물도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10년물은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 미국 금융시장 전반의 기준 역할을 하는 만큼 파급력도 크다.
1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784%로 전일보다 0.026%포인트 올랐다. 30년물도 0.023%포인트 오른 5.272%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30년물은 지난달 17일 5.31%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당시 10년물은 4.72% 수준이었다. 이후 30년물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사이 10년물도 고점을 높이기 시작했다.
10년물 상승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우려와 국제유가다. 케빈 워시 Fed 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2% 목표를 향해 충분히 빠르게 내려간다는 확신이 없다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도 물가 불안을 키웠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워시 연설 당일 미 국채 2년물은 약 0.13%포인트, 10년물은 약 0.06%포인트 오른 반면 30년물은 약 0.0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국채 10년물 30년물 금리 추이
미국의 재정 부담도 금리 전반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이다. 40조 달러에 이르는 정부부채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어지면서 장기채 공급 부담이 커지고, 이는 10년물과 30년물 모두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미 국채 수급에는 일본도 변수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3.001%까지 올라 1996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일본 투자자들이 굳이 미국 국채를 살 이유가 줄어 미 국채 수요에도 부담이 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일본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미국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은 미 국채의 주요 보유국”이라며 “무질서한 엔화 움직임은 결국 미국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로 이어지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힘을 실었다. 일본 통화정책에 잇따라 의견을 내면서 ‘그림자 일본은행 총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미 국채시장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장기 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특히 10년물 금리가 오르면 모기지와 회사채 등 각종 장기 대출 금리가 함께 올라 주택 구입자와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기술주와 인공지능(AI)주 등 증시에도 부담이다.
마켓워치는 최근 10년물 금리 상승을 “사람들이 앉아서 주목해야 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0년물 금리 4.8%를 ‘매직 넘버’로 지목하며 “10년물이 30년 고정 모기지와 각종 소비자 대출 금리의 기준인 만큼 이 수준에 가까워질수록 가계의 차입비용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