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도 제38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에서 짧게 일한 외국인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해 연금 수급 자격을 얻는 사례가 논란이 되자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한 달만 보험료를 납부한 뒤 보험료를 몰아내고 해외에 머물면서 평생 연금을 받는 사례가 확인되는 등 악용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호주의 적용을 비롯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인이 짧은 가입 기간에도 국민연금 추후납부(추납) 제도를 통해 연금을 수령하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실거주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 새 지침을 지난달 3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민연금 추납은 휴직·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의 보험료를 최대 119개월까지 추후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과거 보험료를 뒤늦게 납부해 가입 기간을 늘리고 연금 수급 요건을 채울 수 있어 ‘연금 재테크’로도 불려왔다. 특히 최근에는 한 달 치 보험료만 납부한 뒤 추납 한도를 채워 평생 연금을 받는 외국인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약 2.2%를 차지하지만, 추납 신청자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0.5% 수준이다. 외국인 추납 신청자는 연간 500~1000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외국인의 국민연금 추납 문제는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쟁점이 됐다. 이 대통령은 정은경 복지부 장관에게 “숫자가 적긴 하지만 수년간 계속 방치돼 오다 지금 문제가 된 건데 내부 시스템에서 문제 지적을 하지 않았단 점은 아쉽다”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이 대책을 묻자 정 장관은 외국인 추납 요건 중 하나인 ‘국내 거주 기간’의 인정 기준을 외국인 등록 및 체류 자격 유지 기간에서 ‘국내 실거주 기간’으로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실제 국내에 거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추납을 신청할 수 없다.
이어 정 장관은 “추납 제도에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우리 국민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추납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서는 안 해주는데 우리나라만 해줄 의무는 없다”며 “국회까지 안 가고 시행령이나 시행 지침 이런 하위 법규로 처리하는 방법도 검토를 해보라”고 주문했다.
외국인 추납 악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외국인의 실제 국내 거주 여부에 대한 심사도 엄격히 한다. 또한 추납을 신청하는 외국인은 혼인관계 입증 서류와 함께 출입국에 대한 사실증명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출입국 기록을 바탕으로 입국일부터 출국일까지 국내에 15일 이상 머문 달만 실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상호주의 적용을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기존에 국민연금 가입과 반환일시금 지급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상호주의를 추납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추납을 인정하는 국가의 국민에 대해서만 추납을 허용할 계획이다.
해외 수급자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해 생존 여부 등을 확인하는 횟수를 연 1회에서 연 2회로 늘리고, 부양가족연금 등 국민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보완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