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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8만L 가능한 1600년전 백제 집수지...가장 오래된 삼태기·소코뚜레 나왔다

중앙일보

2026.09.01 01:11 2026.09.0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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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장미산성 목조 집수지 근경.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충주 장미산성 목조 집수지 근경.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남한강과 달천이 만나고 한성(서울)과 영남 내륙을 잇는 충북 충주 일대는 예로부터 교통·교역의 중심지였다. 삼국 중 백제가 가장 먼저 자리 잡았지만 곧 고구려와 신라에 지배권이 차례로 넘어갔다. 남한강과 충주 분지를 굽어볼 수 있는 장미산(해발 337.5m)은 어디에 속하든 방어 요새였다. 1997년 사적으로 지정된 장미산성(둘레 약 2940m) 발굴이 고고역사학계의 오랜 관심사였던 이유다. 장미산성은 현재의 석축성벽에 앞서 토성이 만들어진 구조로 앞선 지표·발굴조사를 통해 백제 한성기(기원전 18~서기 475년) 때 건설된 토성으로 밝혀졌다.

5세기 전반 장미산성 토성을 쌓았던 백제인들이 최대 8만 리터(L)까지 물 저장이 가능한 목조 집수지(集水池)를 조성하는 등 이곳을 중원 지역 주요 거점으로 활용했음이 드러났다. 지난 2022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유적 발굴을 해온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가 1일 현장에서 개최한 성과 발표를 통해서다. 집수지 안팎에서 백제 풍납토성 출토품과 동일한 수준의 토기와 철기류도 다수 나왔다. “단순한 방어만이 아니라 백제 중앙의 기술과 조직력이 투입돼 운영된 산성”(임종덕 국립문화유산연구원장)이란 의미다.

1일 충북 충주시 장미산성에서 발견된 백제 한성기 최대 규모의 목조 집수지의 모습. 연합뉴스

1일 충북 충주시 장미산성에서 발견된 백제 한성기 최대 규모의 목조 집수지의 모습. 연합뉴스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성내 부뚜막 시설 및 유물 출토 모습.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성내 부뚜막 시설 및 유물 출토 모습.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대동여지도 속 충주의 위치. 자료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대동여지도 속 충주의 위치. 자료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1600년 전 목재라는 게 믿기십니까?” 현장 안내를 맡은 연구소의 최관호 특별연구원 말처럼 장미산성 북쪽 계곡에 자리한 정사각형 집수지는 물샐틈없이 옹골찬 상태 그대로였다. 내벽(각 변 약 6.7m)은 길이 7m가 넘는 참나무·밤나무 등을 통째 가공해 아홉 단으로 맞물려 쌓았다. 이를 꽉 채우면 8만L 규모로 300명이 두달 반쯤 사용할 수 있다. 백제가 조성한 목조 집수지 가운데 최대이며 5세기 전반부터 약 100년간 사용되다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내부에 쌓인 진흙이 일종의 진공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1600년 전 다채로운 동식물 흔적과 생활유물이 쏟아졌다. 쌀·팥·콩 등 재배·야생식물 50여 종에 소·말·돼지·개·꿩 등의 뼈도 확인됐다. 삼국시대 유적에선 처음으로 삼태기와 소코뚜레, 자루(손잡이)가 온전히 달린 철제도끼도 나왔다. 이보람 학예연구사는 “고구려 안악3호분(357년) 벽화에도 등장하는 소코뚜레가 실물로 확보돼 당시 산성에서 주요한 물자 운송 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 측은 총 83톤 규모의 진흙을 일일이 물체질(채반의 흙을 물에 풀어 씻어내 유물·유기물을 수습하는 일)하는 중인데, 현재까지 4분의1 가량 마친 상태로 추가 유물 수습도 기대된다.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삼태기. 삼국시대 삼태기가 발굴된 것은 처음이다.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삼태기. 삼국시대 삼태기가 발굴된 것은 처음이다.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소코뚜레와 소뼈 삼국시대 벽화와 문헌에서 소코뚜레가 언급된 적 있지만 실물이 발굴된 것은 처음이다.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소코뚜레와 소뼈 삼국시대 벽화와 문헌에서 소코뚜레가 언급된 적 있지만 실물이 발굴된 것은 처음이다.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자루 달린 완형 철제 도끼와 주조철부 일괄.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충주 장미산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자루 달린 완형 철제 도끼와 주조철부 일괄.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1일 충북 충주시 장미산성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 유물들이 전시된 충주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전시관 모습. 연합뉴스

1일 충북 충주시 장미산성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 유물들이 전시된 충주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전시관 모습. 연합뉴스

발굴조사에선 석축성벽 아래 토성에 백제 특유의 판축(板築) 기법이 적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판축은 네모난 틀 안에 일정한 두께의 흙을 교대로 쌓아 올려 다지는 기술로 풍납토성·몽촌토성과 같은 백제 왕성에서 대표적으로 확인된다. 이보람 학예사는 “충주는 당시 철기 생산 중심지로 요즘 식으론 반도체 첨단 거점 같은 곳이었다”면서 “백제가 왕성 축조 기술을 이전할 정도로 장미산성을 중시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백제학 권위자인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는 “인근에서 충주 고구려비와 신라고분군이 발굴된 데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삼국이 경합한 군사상·교통로상 요충지”라면서 “추가 발굴을 통해 삼국의 중원 지배 다툼 실체가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은 장미산성 사적 전체(44만㎡) 가운데 0.5%에 해당하는 2200㎡가 대상이다. 연구소는 이번에 확보한 주요 유물을 오는 12월31일까지 연구소 국원관 전시실에서 일반에 공개한다.
충주 장미산성 판축성벽 세부.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충주 장미산성 판축성벽 세부.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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