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주간 국민의힘을 뒤흔들었던 장동혁 대표의 ‘당협위원장 전원 재선출’ 방침이 31일 사실상 무산되면서 논란도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았던 이번 사태를 놓고, 당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1일 “당권 강화 행보에 올인했던 장 대표가 원내 집단 반발에 부닥쳐 후퇴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반대파에게 언제든 ‘공천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당협위원장 전원 재선출 논란은 지난달 10일 “8월 말로 예정된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을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달라”는 장 대표의 지시로 촉발됐다. 현재 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 외에도, 모든 현역 위원장이 사퇴한 뒤 책임당원 혹은 전 당원투표로 재선출하자는 게 장 대표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당내에선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반발이 커졌고, 정점식 원내대표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더해 지난달 21일 당 의원총회에서 반대 총의가 모이며 제동이 걸렸다. 이에 장 대표는 31일 “점진적·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를 두고 영남 중진 의원은 “장 대표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 위주로 당협을 구성하려다가 내홍만 촉발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0~21일 이틀간 4차례나 의총을 열어 장 대표 안에 공개 반대했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위원 간에 충돌이 불거지는 등 후폭풍이 컸다.
또한 부동산 논란, 불안정한 주가 상황 등 잇따른 여권의 악재에도 “당협위원장 재선출 논란 등으로 내부 다툼을 하느라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했다”(재선 의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달 24~26일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 더불어민주당 41%로 격차는 더블스코어였다. 같은 달 24∼28일 무선 자동응답(ARS)전화 방식으로 진행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역대 최저치인 38.9%를 기록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0.1%포인트 오른 37.7%였고, 민주당 지지율은 1.2%포인트 오른 43.1%였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2년 권고 결정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럼에도 장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선 “실익이 적지 않다”(지도부 관계자)는 반응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임기가 1년 남은 장 대표는 2028년 4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이번 당협위원장 재선출 논란을 통해 언제든 간접적으로 공천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장 대표가 총선 공천에 직접 관여할 순 없지만, 선거 전 지역 기반을 닦는 ‘공천 교두보’인 당협위원장직에 칼날을 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것이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이 커지던 상황에서 당협위원장 재선출 카드로 전선을 바꾸며 사퇴론을 피했다는 분석도 있다. 4선 의원은 “당협위원장 재선출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장 대표 사퇴 압력도 약해진 분위기”라며 “최근 3·4선 중진 모임도 소문만 무성했을 뿐 결과적으로 장 대표에게 사퇴 요구도 못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더해 장 대표가 연말 정기 당무감사에서 ‘당원 평가 50%’를 적용하기로 한 것을 놓고도 원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올 초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제명 처분을 촉발한 당원게시판 의혹 조사를 맡았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중심으로 반대파 ‘숙청’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친한계 신지호 전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에 “표적 당무감사를 통한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한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