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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 심리만화경] 스파이더맨도 사회적 지지가 필요

중앙일보

2026.09.0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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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한림대 교수

최훈 한림대 교수

최근 상영 중인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스파이더맨은 혼자였다. 그는 전편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 지운다. 연인과 친구도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이렇게 철저히 고립되어,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서 지구를 지킨다.

그런데 그가 흔들린다. 점차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 거미 호르몬이 폭주하면서 눈은 검게 변하고 공격성이 강해진다. 히어로에게도 외로운 삶이란 그렇게 고통인 걸까?

사회적 지지는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심리적 자원이다. 심리학자 제임스 코언은 인간의 뇌가 가까운 사람과 위험과 부담을 함께 나누는 상태를 기본으로 여긴다는 사회적 기준선 이론을 제안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전기충격 위협 상황의 뇌 활동을 측정했더니, 혼자 있을 때와 달리 부부가 손을 잡았을 때 위협에 반응하는 뇌 영역의 활동이 감소했는데, 특히 부부관계가 좋을수록 이러한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가까운 사람은 나의 자아를 지탱해 주는 역할도 한다. 심리학의 관계적 자아 이론에 따르면 자아는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확인된다. 친구와 있을 때는 친구로서의 나를, 연인과 함께 있을 때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경험한다. 또한 과거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그 경험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정리하고,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이 잃은 것은 단순히 친구와 연인이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해 주고, 힘들 때 손을 내밀며, 세상의 무게를 함께 나누던 사람들이 사라진 것이다. 초능력은 그대로지만, 그를 지탱하던 사회적 기반은 무너졌다.

아무리 강한 사람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영웅도 마찬가지다. 스파이더맨의 힘은 거미에서 왔지만, 그가 다시 일어설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온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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