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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미국은 왜 돈을 더 비싸게 빌리게 됐나

중앙일보

2026.09.0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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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있다.

우선 정부가 빌려야 할 돈이 너무 많다.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낭비를 줄이거나 성장률을 높이면 해결된다고 주장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낭비는 정치인들의 주장만큼 많지 않고, 지출을 줄인다고 재정 상황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도 드물다.

이민 정책도 문제를 키운다. 이민자 유입이 줄면 인구가 줄고, 인구가 줄면 경제성장도 둔화한다. 이민자들의 생산성이 대체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고숙련 인력의 이탈 징후도 뚜렷하다. 대학 연구비 삭감으로 미국을 떠나는 물리학 박사들이 늘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장기 성장과 세수를 어디서 만들어낼 것인지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 달러는 약 80년간 세계의 기축통화로 기능해왔다. 국제무역을 하려면 달러가 필요했고, 그 달러를 보관할 자산으로 미 국채만한 것도 없었다. 덕분에 외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국채를 꾸준히 사들이는 안정적인 수요층이 형성됐다.

그러나 이 수요 기반을 흔드는 변화가 두 가지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정치다. 2022년 러시아 보유 국채가 동결된 사례를 계기로, 미 국채가 과연 안전한지 의문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둘째, 무역이다. 세계 경제에서 무역 비중은 수년째 정체돼 있다. 무역이 늘지 않으면 결제용 달러 수요도, 그만큼 국채 보유 필요성도 줄어든다.

마지막 걱정거리는 인플레이션이다. 시장은 걸프 지역 전쟁 해결 가능성을 비교적 낙관해왔지만, 최근 이런 기대는 약해졌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길어질수록 원유 소비국들의 물가 부담은 커진다. 물가 압력이 커지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하면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왜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차입 비용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막대한 부를 보유한 나라이고, 필요하다면 민간에 쌓인 부에 세금을 매기거나 그 돈이 미 국채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도 최근에는 하락세가 멈췄고,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인플레이션 위험도 낮아질 수 있다.

미 국채의 지위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가능성은 작다. 미국의 진짜 위험은 국채를 못 파는 것이 아니라, 국채를 팔기 위해 점점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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