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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시시각각] 유시민식 복지개혁 곱씹을 때

중앙일보

2026.09.0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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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아니, 우째 이런 일이!”

2006년 2월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취임 직후 장애인 차량 LPG 보조금을 보고받다가 본인도 모르게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장애인 예산의 52%가 드는데도 차 살 형편이 못 되거나 운전할 사람이 없는 집엔 소용없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간부회의에서 폐지 여부를 두고 토론했다. 거의 다 반대했다. 주변에서도 “주던 걸 뺏는 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렸다(당시 장관 블로그). 한 참석자는 “당시 장관이 폐지하자고 해서 오히려 당황했다”고 회고한다.

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혁 물거품
지지율 하락에 영향받은 듯
유 전 장관 설득·경청으로 돌파

복지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장차관과 간부·직원 할 것 없이 장애인 단체를 10여 차례 만나 설득하고 경청했다. “LPG 지원금을 장애수당 확대, 장애아동수당·활동보조인 도입 등에 쓰겠다”며 새 길을 제시했다. 장애인 단체 사무총장들과 1박2일 밤샘토론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5년에 걸쳐 폐지했다. ‘줬다 뺏는 복지’만큼 힘든 게 없다. 수차례 만났고, 진정성을 보였다.

우째 이런 일이!

정부가 엿새간의 혼란 끝에 기초연금 개편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그걸 보고 기자는 20년 전의 유 전 장관과 같은 탄식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는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을 꺼내지 않았다. 보도자료의 A4 용지 한 페이지가 전부다. 무늬만 하후상박(下厚上薄·아래는 후하고 위는 박함), 부부 삭감 완화 등이다.

이 대통령은 1월 국무회의에서 “월 소득 250만원인 사람이 34만원(실제 35만원) 받는 게 좀 이상하다”며 “재정 부담은 1년에 몇조원 늘어나는데 그게 맞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하후상박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시했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최대 35만원 나온다.

놀라운 주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기초연금 대상자 확대를 공약했는데, 그걸 파기하고 재정을 걱정했다. 그동안 상당수 전문가는 월 800만원(재산 0인 경우) 버는 부부가 기초연금을 받는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다음 주문이 헷갈리게 했다. 이 대통령은 3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일 듯”이라고 말했다. 하후만 하고 상박은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7월 업무보고에서도 그랬다.

복지부는 그런데도 노인의 70%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80%로 낮추고, 아래위 연금액을 조정하는 하후상박 개편안을 짰다. 상당수 전문가가 제안해온 대로다. 지난달 27일 기자단 사전 브리핑을 예고했다. 대통령실과 협의가 끝난 것 같았다. 그런데 1시간 전 취소했다. 뭔가 크게 사달이 났다. 30%대로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1일 확정안은 용두사미 그 자체였다.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꾸는 게 사라졌다. 하후상박도 무늬에 그쳤다. 소득 하위 30%는 3만원 추가하는 게 전부다. 기초수급자 10만원 추가 지급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소득 하위 45~70% 노인은 올해처럼 35만원 받는다. 물가상승률만큼 올리던 걸 안 올리니 9000원 깎이는 셈. 그래도 상박이라 하기엔 민망하다. 복지부의 원래 개편안은 윗부분 노인 100만여 명의 연금을 21만원으로 줄이고 이듬해 탈락시키려고 했다. 줬다 뺏는 건데 너무 과하다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정부는 대통령 지시라서 그런지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전문가 의견 청취는 1회에 그쳤다. 위원회·공청회, 노인단체와 머리를 맞댄 모습이 없었다. 엊그제 뒤늦게 소통지원단을 만들었다. 국민연금이 53만원 넘으면 기초연금을 깎는 문제도 손대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8월 중순에야 개편안을 보고받았다”고 말한다. 유시민 전 장관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의 정책 실행 방식은 곱씹을 만한 것 같다.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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