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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보건소행, 연금 400 끊겼다” 아산병원 호랑이의 생활고

중앙일보

2026.09.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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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슨상님, 어젯밤부터 열이 나서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나 좀 고쳐주소. "

지난달, 전북 정읍의 고부보건지소 진료실. 밤새 열에 시달렸다는 80대 할머니 한 분이 울상을 한 채 들어섰다. 임경수(69) 소장은 청진기를 대고 가슴팍을 짚었다. 언제부터 열이 났는지, 숨쉬기는 편한지, 밥맛은 있는지…, 온갖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한참 동안 몸 이곳저곳을 눌러보고 숨 쉬는 소리까지 꼼꼼히 확인했다.

" 어르신, 시내 보건소 아시죠? 거기 가서 폐! 엑! 스! 레! 이! 찍어오세요. 아셨죠? 엑! 스! 레! 이! 여기는 기계가 없어서 못 찍어드려요. 시내 보건소, 폐 엑스레이! 꼭 가셔야 돼요! "

족히 열번은 당부한 것 같은데, 그래도 마음이 안 놓였는지 임 소장은 보건소 문을 나서는 환자를 졸졸 따라가면서 계속 말을 반복했다. “엑, 스, 레, 이! 시내 보건소! 잊으시면 안 돼요. 꼭 가셔야 돼요.”
임경수 소장의 진료는 최소 30분이다. 환자가 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챙긴다. 진료실 밖에까지 나와 잔소리하는 열혈 의사다. 장정필 기자

임경수 소장의 진료는 최소 30분이다. 환자가 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챙긴다. 진료실 밖에까지 나와 잔소리하는 열혈 의사다. 장정필 기자


그렇게 환자 한 분 보는 데 30분이 훌쩍 지났다. 잠시 뒤, 차례로 진료실에 들어온 더위를 먹은 것 같다는 할아버지 한 분, 큰 병원에서 수술한 무릎이 또 말썽이라는 아주머니 한 분과도 각각 30분 넘게 얘기를 나눴다.

그는 모든 환자에게 “고기·두부 챙겨 드시라” “약은 왜 빼먹었냐”며 긴긴 돌림노래 같은 잔소리를 이어갔다. 환자를 보낼 땐 이번에 처방해준 약은 날짜 지켜 먹기로, 조심하라고 적어준 음식들은 안 먹기로 하는 등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했다. 모든 환자를 자신의 부모님, 삼촌, 이모인 양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그 모습은 ‘의사로 성공해 금의환향한 정읍의 아들’, 이곳 토박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서울 출신의 정읍 온 지 4년째된 보건지소장 2년차다. 더 큰 반전이 있다. 그는 한국 최초로 응급의학 체계를 완성하고 서울아산병원에 응급의학과를 만든 ‘대한민국 응급의학계 거두’이자, 후배 의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던 ‘호랑이 교수’였다.
임경수는 전북 정읍에 위치한 고부보건지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2년 전 정읍아산병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 후 곧장 보건지소장으로 부임했다. 장정필 기자

임경수는 전북 정읍에 위치한 고부보건지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2년 전 정읍아산병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 후 곧장 보건지소장으로 부임했다. 장정필 기자


2년 전 그가 정읍아산병원을 퇴직했을 때, 서울 큰 병원에서는 연봉 4억을 제시하며 ‘모셔가기’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이곳 고부보건지소를 택했다. 이유가 뭘까. 병원장 시절 넉넉한 자산을 쌓아둬 노후엔 ‘좋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던 걸까.

" 재산은 무슨…. 저는 퇴직할 때까지 집 대출금도 못 갚은 상태였어요. 보건지소장 월급이 380만원인데, 남은 대출금 갚고, 우리 부부 생활비 쓰면서 살 수가 없어요. 겨울이 특히 추운데 난방비 아끼느라 오들오들 떨 때면 ‘와 이거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다니까요. 근데 돈이고 뭐고, 이젠 서울 못 가요. "

“저러다 실려 오시지”… 의료봉사 때 충격적 장면

Q : 서울 토박이에, 서울아산병원에서 오래 근무하셨습니다. 어쩌다 정읍까지 오게 됐나요?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년 2년이 남은 시점이었어요. 갑자기 병원장이 “정읍아산병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거예요. 그 병원이 아산재단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세운 1호 병원이거든요. 평생 아산에 몸담았는데, 의미 있는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어서 그러자고 했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쉬엄쉬엄 퇴임 준비할 마음도 있었고요. 겸사겸사 정읍으로 내려왔죠.


Q : 그런데 병원장 임기가 끝나고 아예 정읍에 눌러앉으셨어요.
그때 올라갔어야 했는데…. 병원장으로 있을 때, 제가 보지 말아야 할 걸 봐버렸어요. 의료 버스를 끌고 검진 봉사를 갔는데, 어르신들이 당뇨약을 이상하게 드시는 겁니다. (계속)

충격적인 장면에 놀라 이곳에 눌러앉았지만, 지독한 생활고에 몸서리 쳤다는 임 소장.
그런데도 그는 “앞으로도 서울로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읍 와서 사귄 친구들, 이곳에서 배운 이 ‘술’ 덕분에 백발에 검은 머리가 나고 혈당과 당수치가 모두 정상이 됐다”는데….

대체 이 지역 어르신들은 당뇨약을 어떻게 먹었길래, 그가 정읍에 눌러 앉기로 결심했던 걸까. 또 수억원 연봉을 마다하고 이곳에 눌러앉게 만든 ‘이 술’은 무엇일까. 의사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가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면서까지 시골살이를 고집한 이유가 뭘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3844



이민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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