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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1600년 전 목재라니”…썩지 않은 백제 ‘대형 물탱크’ 비밀

중앙일보

2026.09.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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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장미산성에서 백제 특유의 판축 기법으로 쌓은 토성이 확인됐다. 이곳에서 발견된 목조 집수지(위 사진)는 8만L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견고한 방어 요새였던 장미산성이 삼국시대 당시 중원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선 16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삼태기와 철제 도끼가 출토됐다. 특히 삼국시대 유적에선 처음으로 소코뚜레가 나왔다.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충주 장미산성에서 백제 특유의 판축 기법으로 쌓은 토성이 확인됐다. 이곳에서 발견된 목조 집수지(위 사진)는 8만L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견고한 방어 요새였던 장미산성이 삼국시대 당시 중원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선 16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삼태기와 철제 도끼가 출토됐다. 특히 삼국시대 유적에선 처음으로 소코뚜레가 나왔다.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한성(서울)과 영남 내륙을 잇는 충북 충주 일대는 예로부터 교통·교역의 중심지였다. 삼국 중 백제가 가장 먼저 자리 잡았지만 곧 고구려와 신라에 지배권이 넘어갔다. 남한강과 충주 분지를 굽어볼 수 있는 장미산(해발 337.5m)은 어디에 속하든 방어 요새였다. 1997년 사적으로 지정된 장미산성(둘레 약 2940m) 발굴이 고고역사학계의 오랜 관심사였던 이유다. 앞선 지표·발굴 조사를 통해 현재의 석축성벽 아래에 백제 한성기(기원전 18~서기 475년) 때 토성이 조성됐음이 밝혀졌다.

5세기 전반 장미산성 토성을 쌓았던 백제인들이 최대 8만 리터(L)까지 물 저장이 가능한 목조 집수지(集水池)를 조성하는 등 이곳을 중원 지역 주요 거점으로 활용했음이 드러났다. 지난 2022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유적 발굴을 해온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가 1일 현장에서 개최한 성과 발표를 통해서다. 집수지 안팎에서 백제 풍납토성 출토품과 동일한 수준의 토기와 철기류도 다수 나왔다. “단순한 방어만이 아니라 백제 중앙의 기술과 조직력이 투입돼 운영된 산성”(임종덕 국립문화유산연구원장)이란 의미다.

“1600년 전 목재라는 게 믿기십니까?” 연구소의 최관호 특별연구원 말처럼 장미산성 북쪽 계곡에 자리한 정사각형 집수지는 물샐틈없이 옹골찬 상태 그대로였다. 내벽(각 변 약 6.7m)은 길이 7m가 넘는 참나무·밤나무 등을 통째 가공해 아홉 단으로 맞물려 쌓았다. 이를 꽉 채우면 8만L 규모로 300명이 두달 반쯤 사용할 수 있다. 백제가 조성한 목조 집수지 가운데 최대이며 5세기 전반부터 약 100년간 사용 후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태기.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삼태기.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소코뚜레.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소코뚜레.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내부에 쌓인 진흙이 일종의 진공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1600년 전 다채로운 동식물 흔적과 생활유물도 쏟아졌다. 쌀·팥·콩 등 재배·야생식물 50여 종에 소·말·돼지·개·꿩 등의 뼈가 확인됐다. 삼국시대 유적에선 처음으로 삼태기와 소코뚜레, 자루(손잡이)가 온전히 달린 철제도끼도 나왔다. 연구소 측은 총 83톤 규모의 진흙을 일일이 물체질(채반의 흙을 물에 풀어 씻어내 유물·유기물을 수습하는 일)하는 중인데, 현재까지 4분의1 가량 마친 상태다.

철제 도끼.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철제 도끼. [사진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석축성벽 아래 토성에 백제 특유의 판축(板築) 기법이 적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판축은 네모난 틀 안에 일정한 두께의 흙을 교대로 쌓아 올려 다지는 기술로 풍납토성·몽촌토성 등에서 확인된다. 이보람 학예연구사는 “충주는 당시 철기 생산 중심지로 요즘 식으론 반도체 첨단 거점 같은 곳이었다”면서 “백제가 왕성 축조 기술을 이전할 정도로 장미산성을 중시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는 “백제가 선점했던 장미산성 일대의 추가 발굴을 통해 삼국 간 중원 다툼의 실체가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은 장미산성 사적 전체(44만㎡) 가운데 0.5%에 해당하는 2200㎡가 대상이다. 이번에 확보된 주요 유물은 오는 12월31일까지 연구소 국원관 전시실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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