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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인간의 굴레 끝에서

Chicago

2026.09.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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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이기희

인간관(人間觀, human condition)은 인간 본질에 대한 관념이다. ‘인간은 어떠한 존재인가?’를 요약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봉착한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질문은 정답을 찾기 힘들다. 회피하고 싶은 대목이다.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익숙하지만 낯선, ‘인간’이라는 단어에 질문을 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정의는 철학, 과학, 종교 등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양하다. 철학적 차원에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정의한다. 과학과 생물학적 입장은 인간을 육체와 정신을 가진 유기체로 분석하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연구한다. 종교적 관점에서 기독교는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로 믿는다. 실존적 입장에서 키에르케고르는 유한한 육체에서 무한한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인간은 관계와 구조 속에서 세계시민(헬레니즘)으로 파악된다. 헬레니즘(Hellenism)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 이후 고대 그리스 문화와 동방 문화가 융합되어 나타난 광범위한 문화 양식과 그 시대를 뜻한다.  
 
서머싯 몸의 장편 소설 ‘인간의 굴레’는 장애를 가진 소년의 성장과 인생을 다룬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다. 주인공 필립은 선천적인 발의 기형으로 열등감과 조롱을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낸다. 장애와 사랑, 욕망 등 여러 굴레를 겪으며 생의 무의미함과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인간의 굴레는 영국작가 서머싯 몸의 90년 생애에서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꼽힌다.  
 
서머싯 몸은 여덟 살 무렵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열 살에 아버지를 암으로 잃으면서 고아가 된다. 지방 목사였던 숙부 슬하에서 자라 13세에 왕립 학교에 입학했지만 말더듬증 때문에 조롱과 따돌림을 받았다. 열등감과 콤플렉스로 대화를 두려워해 ‘말을 잃어버린 사람’이 됐지만 상대를 관찰하고 내면을 읽어내 불후의 명작을 집필했다.  
 
대표작 인간의 굴레를 출간한 뒤, 달과 6팬스, 면도날 등을 잇달아 발표해 20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힌다. ***193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작가로 기록되고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영국 최고 명예 훈위인 CH 칭호를 받았다.  
 
굴레는 말이나 소를 부리기 위해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 매는 줄이다. 자유롭지 못하게 무엇인가에 구속되거나, 가난, 운명, 관습 등의 제약에 얽매이는 상황을 굴레에 비유한다.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는 ‘인생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그것이 자유의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굴레를 스스로 벗을 때 인생은 자유롭다. 인간만이 철학을 하고, 철학은 인간 삶의 범위 안에 있으므로, 결국 인간의 굴레는 철학을 의미한다. 이야기꾼 서머싯 몸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인생의 크나 큰 비극은 죽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것’ ‘독서하는 습관은 인생의 거의 모든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위한 은신처를 만드는 것이다.’ 몸의 어록이다.  
 
고통은 타인들의 삶을 냉정한 눈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젊음이 행복하다는 것은 영원한 환상이다. 젊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기억일 뿐이다.  
 
서머싯 몸의 또다른 대표작 ‘달과 6펜스’는 폴 고갱의 생애를 모델로 쓴 작품이다.  고갱은 내가 최애(最愛)하는 화가다. 지면 관계로 다음 주 칼럼에 소개할 작정이다.
 
사는 동안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왔다. 인생의 족쇄에 묶여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도, 고통과 슬픔이 번갈아 앞을 막아도, 살아서 움직이는 순간마다 별빛은 반짝이고, 가련한 자의 기도는 하늘 끝에서 목화 꽃으로 흩어진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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