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30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장마철 특유의 습기가 시장 안에 눌러앉아 있었다. 바깥에는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고, 시장 바닥은 물기를 머금은 채 미끄럽게 빛났다. 수조마다 모터 소리가 윙윙거렸고, 비린내와 짠 바닷물 냄새가 뒤섞여 올라왔다.
시계가 오전 11시30분을 지나자 상인들이 출입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활기가 넘쳐야 할 시간이었다. 광어와 우럭이 수조 안을 헤엄치고, 상인들이 손님을 붙잡으며 횟감을 권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분위기가 무거웠다. 이른바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때문이었다.
2023년 6월 30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때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투입했는데 거기에 세슘·스트론튬·트리튬(삼중수소)과 같은 방사성 물질들이 섞여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그걸 탱크 등에 저장하다가 더는 저장할 곳이 없어지자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처리한 후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방류가 시작된 건 2023년 8월 24일이었지만 몇 달 전부터 한국 등 주변국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면 결국 우리가 먹는 수산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번졌다. 방류가 시작된 이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전부터 소비 심리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손님이 “찜찜하다”며 발길을 돌리는 순간 장사는 끝이었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환경보건시민센터 단체 소속 회원들이 2023년 10월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앞 해상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면서 해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노량진수산시장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한 건 그 때문이었다. 상인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드디어 일군의 무리가 진입했다. 그러나 그들은 손님이 아니었다.
그들은 상인들을 붙잡고는 한참을 떠들기 시작했다. 평소였다면 그들을 반갑지 않게 생각했을 상인들도 그때만큼은 그들을 붙잡고 답답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러던 중 한 여성이 천천히 수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안으로 불쑥 손을 집어넣었다. 그는 수조 속 물을 손으로 뜨더니 마시기 시작했다.
주변인들은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 여성은 아랑곳없이 다시 한번 수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물을 움켜쥔 뒤 한 모금 더 마셨다. 옆에 있던 이가 놀라 물었다.
" 아니, 의원님. 뭐 하십니까? "
그로부터 두 달 남짓 지난 그해 8월 말. 용산 대통령실의 분위기 역시 무거웠다. 참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결국 시작되고야 만 난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 작업이 더 힘들었던 건 답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합리적이든 아니든 무조건 그들은 국민을 그 방향으로 몰고 가야 했다. 한 참모가 입을 연 건 그 고민이 극에 달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