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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드라마 공중파에서 방송…중국 AI 영상 제작 기술도 선점

중앙일보

2026.09.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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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밤 8시, 중국 후난위성TV(湖南衛視) 황금시간대에 이례적인 드라마가 시작됐다. 제목은 ‘후서유기(後西遊記)’. 서유기의 후속 신화를 그린 30부작, 회당 40분짜리 장편 드라마다. 이례적인 이유는 이 드라마에 진짜 배우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배경·대사·효과음은 AI가 만들어냈다.

8월 31일 중국 후난TV에서 방영된 AI 드라마 '후서유기'의 장면. 바이두 캡쳐

8월 31일 중국 후난TV에서 방영된 AI 드라마 '후서유기'의 장면. 바이두 캡쳐

망고TV가 제작하고 버징문화(伯璟文化)가 승제한 이 드라마는 바이트댄스의 영상 AI 모델 '시댄스(Seedance) 2.0/2.5'의 기술을 이용했다. 제작 기간은 약 4개월, 제작비는 전통 실사 드라마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방영 직후 망고 미디어(芒果超媒) 주가는 당일 20% 상한가를 기록했다. 중국 A주에서는 AI 영상·애니메이션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이 드라마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방송 당국의 정식 인가를 받아 지상파 위성TV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전편 AI 생성 드라마라는 점이다. 중국이 '광전21조(廣電21條)' 정책 시행 이후 처음으로 심의와 방영이 동시에 진행된 AI 드라마다. AI 콘텐트가 핸드폰의 작은 창을 넘어 공중파 안방에 공식 진입했다는 선언이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의 흐름은 2025년에 이미 달아올랐다. 중국의 AI 숏폼 드라마는 202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25년 전체 시장 규모는 약 3조9000억원(200억 위안)에 근접했지만 2026년에는 불과 5개월 만에 약 4조3000억원(220억 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리서치 기관 데이터아이연구원(DataEye)은 2026년 중국의 전체 AI 숏폼 드라마·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약 7조8000억원(4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전년 대비 138% 성장이다.

글로벌 숏폼 드라마 제작 모델 10개 중 8개가 알리바바·미니맥스·바이트댄스·콰이서우(快手) 등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8월 31일 글로벌 AI 성능 평가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텍스트→영상' 부문 순위에서 알리바바의 '완(Wan) 3.0'이 Elo 1242점으로 1위에 올랐다. 구글 제미나이 옴니 플래시(1237점)가 2위, 미니맥스(MiniMax) H3(1227점)가 4위, 바이트댄스 시댄스 2.0(1221점)이 5위를 차지했다.

이는 거대언어모델(LLM)에서 미국이 최전선을 이끄는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영상 AI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배경으로 방대한 숏폼 생태계와 자체 데이터, 빠른 모델 개선 속도, 공격적 가격 정책을 꼽았다.
중국 AI 제작 플랫폼 Seedance 홍보 영상.

중국 AI 제작 플랫폼 Seedance 홍보 영상.


'틱톡의 나라'가 AI 영상 강국 됐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먼저 치고 나온 배경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더우인(抖音)·콰이서우·샤오훙수(小紅書)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숏폼 생태계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콰이서우만 해도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이용자 4억1270만명, 월간 이용자 7억7170만명이다. LLM의 핵심 원료가 텍스트였다면 영상 생성 AI에는 사람과 사물의 움직임, 카메라 전환, 표정, 화면 구성 등 훨씬 복잡한 영상 정보가 필요하다. 중국 기업들은 수십억 명의 이용자를 통해 이 데이터를 수년간 쌓아왔다. 모델을 만들고 이용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억 명의 이용자가 있는 플랫폼에 AI를 바로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영상 AI 경쟁의 공식도 달라졌다. 반도체 확보와 모델 크기가 전부였던 LLM 경쟁과 달리, 영상 AI는 어떤 영상을 학습했느냐, 이용자 반응을 얼마나 빨리 제품에 반영하느냐, 생성 비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 구조적으로 불리한 중국이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이유다. 현재 1위 완 3.0과 2위 구글 모델의 Elo 차이는 불과 5점이다. 절대적 기술 격차가 아니라 치열한 선두 경쟁이다.

K 콘텐트는 무엇을 지켜야 하나

한국은 K팝·드라마·웹툰 등 세계적 콘텐트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영상 AI의 데이터와 모델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중국이 숏폼 생태계에서 쌓은 영상 데이터로 AI 모델을 키우는 동안, 한국의 K콘텐트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라는 외국 플랫폼 위에서 소비됐다. 데이터는 쌓였지만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은 한국 것이 아니다. 콘텐트는 우리가 만들고, 그 콘텐트로 훈련된 AI는 남이 가져가는 구조다. 중국산 모델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광고·영상 제작 현장까지 파고들면 이 구조는 더 고착된다. 한국은 세계적 콘텐트를 생산하면서도 이를 만드는 AI 도구는 중국산을 쓰는 역설에 빠질까 우려된다.




김매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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