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업으로 2주 가량 걸리던 혈액암 임상시험 대상자 선별을 수십초 만에 처리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다발골수종센터는 환자의 전자의무기록과 검사 결과를 분석해 임상시험 참여 가능 여부를 자동으로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실제 업무에 도입했다고 2일 밝혔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의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재발하거나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약 임상시험 참여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코디네이터가 환자별 진료 기록을 일일이 살펴 임상시험의 등록·제외 기준과 대조해야 했다.
이번에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환자의 과거 치료 횟수와 사용 약제, 약제 불응 여부, 조혈모세포이식 경험 등을 정리한다. 이어 대규모 언어모델이 임상시험 문서에 담긴 복잡한 참여 기준을 전산화하고, 환자의 신장·간 기능과 혈액 수치, 감염 여부 등 최신 검사 결과를 기준과 대조한다.
결과는 ‘참여 가능’, ‘보류’, ‘참여 불가’로 구분된다. 필요한 검사 결과가 없으면 바로 탈락시키지 않고 보류로 분류해 추가 검사 뒤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환자별로 충족하거나 충족하지 못한 기준과 판단 근거도 함께 제시한다.
병원에 따르면 수천 명 규모의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한꺼번에 선별하는 데 수십초, 환자 한 명을 자세히 판정하는 데는 수초가 걸린다. 센터는 현재 18개 임상시험의 기준을 등록해 이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고 있다. 핵심 로직에 대해 800건 이상의 검증 테스트를 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정확도를 확인하는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박성수 다발골수종센터장은 “AI가 1차 후보군을 즉시 추려주면 연구 인력은 환자 상담과 등록 절차에 집중할 수 있다”며 “목표는 참여 가능한 환자가 한 명도 빠짐없이 기회를 안내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허 출원과 프로그램 저작권 등록을 마쳤으며, 앞으로 다른 혈액암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