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엽 보건복지부 1차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보완 대책 발표에 앞서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연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아동과 가해 행위자를 즉시 분리하는 걸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학대 피해를 겪은 장애 아동에 특화한 분리보호 시설을 따로 마련하고, 지자체·교육청 등 관계기관의 정보 공유도 강화한다. 수많은 경고 신호에도 막지 못한 ‘천안 교회’ 11세 아동 사망에 따른 변화다.
보건복지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경찰청은 2일 이러한 내용의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지난달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발생한 11세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했다. 고열·의식저하 증세를 보인 뒤 숨진 아동에게서 결박 흔적 등이 발견됐고, 아이의 외할머니와 교회 목사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해당 사건에선 외할머니 등의 반복 학대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분리보호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 아동을 위한 보호시설이 부족하고, 교육 당국이 학대 위험을 파악하지 못 하는 등의 문제도 불거졌다.
우선 정부는 분리보호 여부에 대한 현장 판단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재학대 우려가 있으면 지자체의 일시보호와 경찰 등의 응급조치가 가능하지만, 분리보호되지 않은 피해 아동이 학대 위험에 계속 노출되는 문제가 남아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경찰이 전담해온 아동학대 사건의 신고 세부 내용을 지자체에 빠르게 공유하고, 동행출동 시 현장에서 대응 방안을 함께 판단한다. 1년에 2회 이상 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등 재학대 우려가 클 경우엔 일시보호·응급조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현수엽 복지부 1차관은 “아동들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즉각 분리 (상황을) 둘 수가 없다. 하지만 매뉴얼을 개정해 즉각 분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세 외손자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를 받는 외조모가 지난달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학대에 노출된 장애 아동 등을 위한 보호 인프라는 늘린다. 기존 학대피해아동쉼터의 일부 공간을 장애 아동·영유아 특화 쉼터로 리모델링해서 내년까지 18곳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 쉼터와 비교해 종사자가 돌보는 아동 수가 적고, 안전매트 등 맞춤형 시설도 갖추게 된다.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 등도 확대한다. 현행법상 지자체·교육청 간 아동학대 정보 공유가 가능하고, 장기결석 아동 정보는 이미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학대 이력, 취학의무 면제·유예 등의 정보가 제때 전달되지 않아 위기 아동을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교육청은 취학의무 면제·유예 대상 중 학대 피해가 우려되는 아동의 학대 이력 등을 지자체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고위험군 아동은 반기별로 경찰·지자체·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합동점검 대상에 포함한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교육정보시스템을 개선해 아동학대 이력 공유 등도 빠르게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학대 행위자가 사례관리를 거부하더라도 지자체·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합동 방문이 이뤄지도록 지침을 바꾸기로 했다. 지자체는 재학대 발생 시 피해 아동의 아동수당 지급대상·계좌 변경 가능성을 보호자에게 고지하게 된다.
아동학대 예방의날 행사에서 어린이가 고함을 들었을 때를 가정해 자신의 표정을 그린 뒤 구기고 있다. 뉴스1
다만 기관 간 정보 공유, 현장 판단 강화 등이 보다 실효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분리보호 같은 현장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전문성부터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그러려면 인사 인센티브 등 파격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정보공유도 단순히 정보를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담당자가 확실히 확인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강제성을 가진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할 체계가 부족하고, 반복적인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단 지적도 여전하다. 양진혁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가해자 처벌은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라면서 “이번 대책은 사법처리 강화보단 피해 아동을 신속하게 보호하고, 가해자의 위험에서 빨리 분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위기 아동 발굴 차원에서 영유아건강검진·필수예방접종 등을 하지 않은 6세 이하 아동 약 6만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3만명에 대한 1차 조사는 7월에 완료됐고, 나머지 3만명에 대한 2차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1차 조사 결과, 8807명에게 복지 서비스가 연계됐고 4명은 학대 신고, 199명은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 2차 조사는 이달 말 완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