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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비 땐 “미국 기업” 내세우다 美집단소송선 “한국 플랫폼” 주장

중앙일보

2026.09.01 18:29 2026.09.0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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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쿠팡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미국 집단소송 첫 심리에서 재판 관할권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쿠팡 측은 미국 정·관계를 상대로 한 대관 활동에서는 미국 기반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법정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한국 플랫폼에서 발생한 만큼 뉴욕 법원이 사건을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동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첫 사전 변론회의에서 원고와 피고 측은 해당 법원이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사전 변론회의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재판부가 양측 주장을 듣고 주요 쟁점과 향후 심리 일정을 정리하는 절차다.

재판장인 앤 M. 도넬리 판사는 심리 과정에서 “왜 이 사건을 뉴욕 동부연방법원에서 다뤄야 하느냐”, "왜 한국 법원이 아니라 이 법원에 사건을 제기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잇달아 던졌다.

앞서 쿠팡 고객들을 대리하는 한국 법무법인 대륜과 미국 협력 로펌 SJKP는 쿠팡이 개인정보 보호 및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등을 상대로 500만 달러, 약 6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동부연방법원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쿠팡 고객 2명이 대표 원고로 참여했으며 현재까지 약 7800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쿠팡 측 대리인인 미국 대형 로펌 커클랜드앤드엘리스 소속 변호사들은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를 이유로 미국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를 상대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쿠팡아이엔씨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지주회사이고 한국 쿠팡은 별도의 법적 실체를 가진 자회사라는 논리다.

쿠팡 측은 한국 쿠팡을 두고 "한국인을 위해 한국에서 사업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쿠팡이 미국 정·관계를 상대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수출 확대 등을 강조하고, 미 의회 일각에서 쿠팡을 한국 정부의 차별을 받는 미국 기업으로 거론해온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쿠팡 측은 또 한국의 여러 기관이 이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원고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재판지와 적용 법률을 선택하려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반면 원고 측인 법무법인 대륜과 SJKP는 쿠팡아이엔씨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법인이고 모회사 경영진이 한국 법인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미국 법원의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특히 쿠팡아이엔씨가 한국 자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사실도 미국 법원의 관할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도넬리 판사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뉴욕 동부지역의 연관성, 대표 원고들의 거주지 등을 거듭 확인하며 관할권 인정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양측에 다음 달 6일까지 추가 서면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후 추가 심리 여부와 재판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륜 측은 심리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진행된 절차와 관련 서류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며 "3370만명의 한국 소비자가 국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이용자 3370만명의 이름과 연락처, 배송지,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이번 소송을 통해 쿠팡에 국내보다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법원의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 여부 등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못한 채 소송이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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