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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조급해 보이는 뉴섬의 대선 시계

Los Angeles

2026.09.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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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사회부 기자

김경준 사회부 기자

최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행보를 보면 많이 조급해 보인다. 2028년 대선에서 유력한 민주당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가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의 대표주자를 자처했던 정치인이 중도층은 물론 대기업과 부유층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  
 
대표적인 게 ‘억만장자세’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보유자에게 자산의 5%를 일회성 세금으로 부과하는 주민발의안이 11월 선거에 상정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료예산 삭감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캘리포니아 민주당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뉴섬은 이에 반대한다.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피해 다른 주로 떠날 경우 장기적으로 세수가 줄 수 있다는 이유다. 논리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뉴섬이 언제부터 억만장자 엑소더스를 이토록 걱정했느냐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가장 앞장서 공격해온 인물이 정작 트럼프 행정부의 의료예산 삭감에 대응하기 위한 억만장자세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당론까지 거스르면서 말이다.  
 
정말 세수만 걱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대선에서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거액 후원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일까.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트럼프 계좌’까지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좋은 정책이면 상대 당 대통령의 정책이라도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그가 그동안 ‘반트럼프’를 자신의 정치 브랜드로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대선이 다가오자 갑자기 “나도 그렇게 과격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조급함은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뉴섬은 본인 재임 기간에 캘리포니아 주택 신축이 59% 증가했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폴리티코 분석에 따르면 기준연도인 2018년에는 상당수 지방정부가 주택 건설 실적을 보고하지 않았거나 ‘0’으로 제출했다. 반면 2024년에는 보고 지자체가 크게 늘었다.  
 
출발점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탓에 증가율은 많이 부풀려진 감이 있다. 한 민간 부동산 조사기관이 집계한 같은 기간 증가율은 18%에 불과했다.  
 
59%와 18%. 차이가 너무 크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통계보다 현실을 먼저 안다. 집값과 렌트비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렵고, 젊은 세대는 내 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다른 주를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공급을 크게 늘렸다”는 홍보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전력회사 문제도 비슷하다. 뉴섬은 최근 전력회사 장비 결함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사가 전력회사를 상대로 피해액을 회수하는 소송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전력회사의 파산을 막고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산불 피해자와 보험업계에서는 전력회사를 위한 구제책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억만장자세에는 반대하고, 트럼프 정책은 칭찬하고, 전력회사에는 숨통을 틔워주려 하고, 자신의 약점인 주택 문제는 유리한 통계로 포장한다.
 
각각을 떼어놓고 보면 나름의 정책적 이유는 있다. 하지만 대선을 2년 앞둔 시점에 이 모든 변화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어제의 적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뉴섬의 잘못된 정책의 대가를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비싼 집값과 렌트비, 전기요금과 보험료 상승, 세금 부담 증가는 뉴섬의 재임 기간 내내 주민들의 삶을 짓눌렀다.
 
중도층과 기업, 부유층을 향해 손을 내민다고 지난 기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뉴섬이 아무리 용을 써도 대선 무대에서 한 가지 질문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캘리포니아주를 잘 운영했다면 왜 주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나”라는 물음이다.  
 
뉴섬에게 캘리포니아주는 백악관으로 가기 위한 중간역일지 모른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그가 대선에 도전한다고 해서 터전을 망가트린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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