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소송 계기로 2022년 이전 종이책 몸값 껑충 원본 데이터 싹쓸이 주문에 책 파괴 차단 나선 중고 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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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업들이 모델 학습용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중고 서적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캐나다 중고 서점가에서도 최근 잇따르는 대량 주문의 용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은 수백만 권의 종이책을 구입해 제본 부분을 잘라 페이지를 낱장으로 만든 뒤 고속 스캔하고 남은 책은 재활용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내부 자료에 따르면 '프로젝트 파나마'로 불린 이 작업을 통해 확보한 디지털 자료는 AI 모델 학습에 사용됐다.
수백만 권 사들여 책 잘라 스캔
앤트로픽의 사례가 알려진 뒤 세계 각국 중고 서점에서는 최근 들어 나타난 대량 주문이 AI학습용 서적 확보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오래된 책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아마존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책 수집이 확인됐다. 한 조사에서는 추적 장치를 넣은 희귀 서적이 라스베이거스의 아마존 시설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마존은 상업적인 경로를 통해 책을 구입해 자사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용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AI기업이 오래된 종이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학습 데이터의 품질이다. 특히 챗GPT가 등장하기 전 출판된 책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글이 섞이지 않은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과도하게 사용하면 모델의 성능이 떨어지는 이른바 '모델 붕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서점에도 낯선 주문
캐나다 중고 서점에서도 최근 몇 달 사이 평소 팔리지 않던 전문서적을 포함해 여러 분야의 책을 한꺼번에 사들이려는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일부 서점은 책이 AI학습을 위한 스캔 뒤 폐기될 가능성을 의심해 주문을 거절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데이터 기업 이노데이터도 중고 서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AI사업을 위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 기술기업들과 거래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책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피트메도우 업체에도 의혹…회사는 부인
BC주 피트메도우에 시설을 둔 중고 도서업체 줌 북스도 해외 서점업계에서 잦은 대량 주문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캐나다뿐 아니라 독일과 뉴질랜드 등의 서점 관계자들이 이 업체로부터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주문받았다고 밝히면서 AI학습용 서적 공급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줌 북스가 AI기업에 스캔한 뒤 폐기할 책을 공급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는 중고 서적을 수집해 재판매하거나 재활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피트메도우 시설에서는 매주 30만 권 이상의 책과 미디어를 처리한다고 회사 홈페이지에 설명하고 있다.
"팔리지 않던 책인데" 서점가 반응 엇갈려
중고 서점들의 판단도 나뉜다. 오랫동안 팔리지 않던 전문서적이나 오래된 재고를 한꺼번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주문이지만, 책이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스캔 직후 폐기될 가능성을 알게 되면 판매하지 않겠다는 업주들도 있다.
현재 확실하게 확인된 것은 앤트로픽이 수백만 권의 종이책을 구입해 파괴 방식으로 스캔했다는 사실과 아마존이 희귀 서적을 포함한 종이책을 AI관련 목적으로 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캐나다에서 나타나는 개별 대량 주문이 실제로 AI학습이나 파괴 스캔으로 이어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아 업계의 의혹과 확인된 사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