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월 31일 일본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지역에서 열어가는 한일의 미래'를 주제로 한 ‘제15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반도체 대기업 키옥시아홀딩스와 공동 생산에 나설 수 있다며 합작공장 건설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일본을 해외 생산기지의 유력 후보로 꼽으면서 이르면 올해 안에 구체적인 투자 방침을 밝힐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아사히신문이 2일 보도한 인터뷰에서 키옥시아와의 공동 생산에 대해 “하나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그는 “키옥시아의 미래 전략에 SK하이닉스가 들어간다면 우리는 언제든 파트너가 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최 회장이 공동 생산과 연구개발, 공급망 공유는 물론 공동으로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반면 추가 협력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투자를 끝낼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최 회장은 “더 이상 어떠한 협력 관계도 구축할 수 없다면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를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 반도체 부문에서 출발한 키옥시아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이자 투자 대상이다.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를 보유한 베인캐피탈계 특수목적회사(SPC)는 키옥시아 지분 약 1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도시바의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이 SPC가 키옥시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전환사채를 SPC 주식으로 전환하면 SPC 의결권의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실제 전환에는 일본 등 관계 당국의 심사가 필요하다.
최 회장은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가 “20∼30%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아사히는 한국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최 회장이 일본을 우선 후보로 해외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5%로 1위였고 SK하이닉스가 22%, 키옥시아가 14%로 뒤를 이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36%로 삼성전자를 넘어선다. 공동 생산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낸드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 회장은 일본에 대해 “리스크와 문화 측면에서 봐도 매우 매력적인 후보지”라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일본에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부품 업체가 밀집해 있고 제조업을 중시하는 문화도 SK와 친화성이 있다고 전했다. SK는 이미 일본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장 유치 제안을 받고 있으며, 최 회장은 연내 구체적인 투자 방침을 제시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도 일본 내 생산 가능성을 거론하며 “일본 전역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SK그룹은 블룸버그 보도 뒤 “일본 내 합작공장 설립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키옥시아 측은 “SK하이닉스와 MRAM 연구개발에서 협업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을 아사히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