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실레시아 다이아몬드리그 높이뛰기 결선에서 간절한 포즈로 경기에 임하는 우상혁.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육상 간판 우상혁(30·용인시청)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9월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2m34로 준우승을 차지할 때만 해도 그의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올림픽 금메달까지 내다봤다. 그러나 불과 1년 뒤인 지난달 22일 다이아몬드리그에서 2m16 첫 시도 실패, 그리고 8일 뒤 열린 독일 하이브론대회에서 2m14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도쿄 세이코그랑프리에서 스파이크가 찢어지면서 발바닥 근막 손상 후 석달 만에 나간 대회였다. 부상 후유증을 감안하더라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높이뛰기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상혁은 지난 1일 유럽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진천선수촌에 들어가지 않고 휴식을 취한 뒤 오는 7일 곧바로 일본 도쿄 국립트레이닝센터에 입촌해 2주간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다. 점프 훈련 등 경기력 향상보다는 심리적인 회복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금 우상혁의 문제는 ‘부상 후 스트레스’에 가깝다는 게 김도균 육상 수직도약 국가대표 코치의 진단이다.
우상혁의 부진에 대해 김 코치는 “요인은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5월에 다친 근막 손상이, 우리는 완전히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미미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또 심리적인 요인, 부상 후 스트레스가 크다”며 “스파이크가 찢어지면서 부상을 입었는데, 선수가 장비로 인한 부상을 입으면 여파가 더 강하게 남는다.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우상혁의 커리어 중 최대 슬럼프였던 2019년에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지난 5월 육상선수권대회 우승 후 밝게 웃는 우상혁. 연합뉴스
우상혁은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사실 근래 아시아는 우상혁의 무대가 아니었다. 특히 지난해는 시즌 초부터 국제대회 7연승을 달리며, 해미시 커(30·뉴질랜드)·잔마르코 탐베리(36·이탈리아)·주본 해리슨(27·미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했다.
김 코치는 “(이번 위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어쩌면 우상혁에게도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최근 4~5년 동안 기록이 순탄하게 우상향해서 경각심이 없었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2m26~27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우상혁이 부상당하고 다른 선수들이 올라오면서 더 치열해졌다. 뭔가 배우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혁의 경쟁자로는 올초까지만 해도 아시안게임 불참이 예상됐던 백전노장 무타즈 바르심(35·카타르)과 하이브론대회에서 2m25로 우승한 신노 도모히로(30·일본)가 꼽힌다. 우상혁은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바르심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쳤다. 우상혁과 신노의 올해 시즌기록(SB)은 2m30, 바르심은 2m27이다.
김 코치는 “우상혁이 정상 (컨디션) 범위에만 들어가면 경쟁자들보다 한 단계 위다. 그러나 부상을 동반하면서 시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을 갖고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지난해 도쿄에서도 작지 않은 부상을 안고 뛰었다. 대회 한 달 전 종아리 근막 부상 진단을 받았고, 실제 시합에서도 종아리에 테이핑을 해가며 해미시 커와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펼쳤다.
문제는 시간이다. 트라우마를 딛고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그가 어떤 회복력을 보여줄지에 아시안게임 높이뛰기 금메달 여부가 달렸다. 우상혁은 오는 21일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입촌한 뒤 24일 예선, 27일 결선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