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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율 최악인데…벌써 ‘포스트 트럼프’들 움직인다

중앙일보

2026.09.01 22:23 2026.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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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서는 모순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전쟁에서 비롯된 경제적 여파 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33%, 지난달 31일 로이터·입소스 조사), 공화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는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 승리를 거머쥐고 있다. 미국 내에서 한인 정치력 신장을 목표로 활동하는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 후보를 뽑는 114개 경선 중 108곳에서 트럼프가 낙점한 후보가 승리했다.(지난달 19일 기준)

이처럼 트럼프가 여론의 지지를 잃고도 확고한 당 장악력을 보이는 현상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트럼프의 후계자’ 격인 2028년 대선의 잠룡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1순위로 꼽히는 JD 밴스 부통령에 이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조용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까지 가세하는 기류다.

JD 밴스 미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JD 밴스 미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밴스는 지난달 31일 유대계 공화당원들의 대표적 정치단체인 ‘공화당 유대인 연합’ 주최 행사에 참석해 “(이스라엘과의 동맹이) 왜 미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0세 미만에서 양국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는 데 대해서는 “모두가 알면서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문제”라며 수사에 기대기보다는 “구체적인 이해관계의 일치”를 보여줘야 이런 의구심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WSJ는 “밴스가 그동안 미·이스라엘 관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 유대계 큰손 기부자들 사이에서 그의 대선 출마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밴스의 행사 참석에 대해 “유대계 공화당원들에 대한 구애”라며 그의 잠재적 대선 출마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조성되는 가운데 “올리브 가지를 뻗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벌써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밴스의 정치적 수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그는 이날 “제3세계 이민자들이 오래된 민족적 증오를 들여오는” 것을 반유대주의의 배경으로 거론했다. “(민주당이) 미국 시민보다 외국인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명분 아래 소송하고, 시위하고, 폭동을 일으켰다”(지난달 21일 오하이오), “미국에서 트럭을 몰고 싶다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고, 합법적 거주자여야 한다”(지난달 31일 미시간) 등 트럼프 지지층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발언을 이어가며 중간선거 공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밴스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이란전이 그의 정치 여정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밴스는 당초 이란과의 전쟁 개시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6월 트럼프와 함께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후속 핵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끌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방이 MOU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불안한 평화는 짧게 끝났고, 미국이 공습을 재개하며 전쟁은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쟁에 반대했던 그가 오히려 ‘이란전의 얼굴’이 되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가 ‘마가 적자’임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밴스는 “이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내려는 노력을 내 책임으로 돌리고 싶다면, 기꺼이 책임지겠다”(지난달 6일 폭스뉴스 인터뷰)며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에 반해 반복적으로 대선 출마에 선을 긋고 있는 루비오는 국내정치적 행보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트럼피즘의 실행자’로서 실적을 차곡차곡 쌓는 모양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확인 원유 매장량이 650억 배럴 상당인 베네수엘라 유전 17곳에 대해 100년간의 개발권을 따낸 최근 합의가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합의 타결 소식을 알리면서 루비오를 지목하며 추켜세웠다. 구체적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베네수엘라 국회는 1일 관련 협정을 승인했다. 이와 별개로 그는 입각 전부터 개인적으로 의지를 갖고 있던 쿠바 체제 변화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가 주창한 ‘돈로주의’(서반구에서 중·러 등 역외 세력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미국의 지배력 강화하는 트럼프식 먼로주의)에 맞춰 서반구 탈환을 이끈 국무장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압박도 그의 브랜드가 됐다. 루비오는 지난달 18일 ICC에 대한 제재 발표 성명에서 “ICC가 미국 주권을 위협할 능력을 잃을 때까지 체계적으로 무력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반이민 정책 실현 역시 그의 몫이다. 국무부는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17만5000건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전 세계 이민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하고, 영사들에게 복지 의존 가능성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도록 영사 직원 교육에 들어갔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와 경쟁하며 그로부터 “리틀 마코”라는 조롱을 들었던 루비오는 공화당의 전통 가치를 표방했지만, 이제는 트럼피즘을 자신의 정치적 색채에 입힌 셈이다.

WP는 지난달 대선 전망 기사에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현 부통령인 밴스가 타격을 받고 루비오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공화당 전략가의 분석을 전했다. 밴스는 이란전과 관련한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전 국면에서 더욱 트럼프의 수족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헤그세스도 측근들과 대선 출마를 논의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잠룡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그는 이를 “100% 거짓”이라고 즉각 부인했다. 또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데다 이란전 장기화와 잇단 군 수뇌부 경질로 논란을 부르며 밴스나 루비오와 당장 같은 반열에 놓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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