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원 시설장 김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지난 2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여성 입소자 3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시설장 김모씨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 등 인권 유린 범죄에 대해 엄정히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엄기표)는 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상해·장애인피보호자 강간 등),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김씨에게 3년 간 보호관찰을 명령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각 10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재판부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한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는 소규모든 대규모든 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대규모 장애인 거주시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을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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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피해자 3명 진술 신빙성 인정
인천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시설장 김모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가 지난 5월 15일 인천 강화군 색동원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김씨가 여성 입소자 3명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1명을 폭행했다는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중증 장애인인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증인신문 당시 김씨 측 변호인이 신문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했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개별 피해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슬리퍼 소리가 나서 방에 들어오는 걸 알았다”, “생활관 내부가 어두웠지만 방문 위 비상등이 켜져 있어서 김씨인 줄 알았다” 등 피해자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거짓으로 지어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진술 취지가 유지됐다고 봤다.
시설 종사자가 상주해 성폭행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김씨 측 주장에 대해서는 “시설 종사자가 항상 밀착 지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범행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며 배척했다. 김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이상 공소사실 특정을 요구하면 중증 장애인 성폭행 사건은 사실상 법원에서 유죄를 받는 게 불가능하게 된다”고 했다.
다만 김씨의 범행 중 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호감독 관계에 있는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피보호자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씨가 성관계를 할 때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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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징역 20년 구형
검찰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색동원 내 생활관, 화장실 등에서 여성 장애인 3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 1명을 성폭행하는 과정에선 유리컵을 머리에 던져 상해를 입혔다고 봤다. 또 다른 입소자의 손바닥을 드럼스틱으로 34차례 때린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도 적용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 고은영 변호사는 “지적 장애를 가진 피해자 진술의 한계를 넘어 진실을 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린 재판부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폐쇄적인 시설에서 구조적으로 은폐되는 범죄는 관할에 얽매이지 않고 전문 수사기관이 수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