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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춤추던 한옥에서 흔들리는 유리구슬, 빵끈…선혜원 아트 프로젝트 개막

중앙일보

2026.09.0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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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창업주의 사저였던 서울 삼청동 선혜원에서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전시가 열렸다. 모나 하툼의 'Web'(2025)이 중심 전각인 경흥각에 설치됐다. 연합뉴스

SK 창업주의 사저였던 서울 삼청동 선혜원에서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전시가 열렸다. 모나 하툼의 'Web'(2025)이 중심 전각인 경흥각에 설치됐다. 연합뉴스

한옥 서까래 아래 투명 유리구슬 1200개가 매달렸다. 거미줄에 맺힌 이슬처럼 영롱한 구슬이 올려다보는 이들을 감싸는 듯하다. 서울 삼청동 선혜원의 중심 전각인 경흥각 내부에 설치된 모나 하툼(74)의 ‘웹(Web)’이다. 그의 거미줄은 2층에서 내려다보면 먹이를 기다리는 포획자의 시선으로 다가온다. 거미줄은 집이자 보호막인 반면, 사냥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1200개의 수제 유리 구슬을 스테인리스 스틸 줄로 이은 모나 하툼의 '웹'. 집이자 사냥 도구인 거미줄의 양가적 속성을 담았다. 하툼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의 뒷면엔 이런 불길함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200개의 수제 유리 구슬을 스테인리스 스틸 줄로 이은 모나 하툼의 '웹'. 집이자 사냥 도구인 거미줄의 양가적 속성을 담았다. 하툼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의 뒷면엔 이런 불길함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포도뮤지엄은 2일 선혜원에서 모나 하툼, 김윤수(51), 최성임(49) 3인전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를 열었다. 지난해 김수자의 장소 특정적 설치 ‘호흡-선혜원’에 이은 선혜원 아트프로젝트 두 번째 전시다. 가볍고 연약한 재료를 반복해 잇고 자르고 쌓은 끝에 새로운 밀도와 존재감을 얻는 과정에 주목했다. 매일을 살아낸 자취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버팀이 작품이 됐다.

1일 선혜원에서 만난 모나 하툼(왼쪽부터), 최성임, 김윤수. 연합뉴스

1일 선혜원에서 만난 모나 하툼(왼쪽부터), 최성임, 김윤수. 연합뉴스

레바논의 팔레스타인계 난민 가정에서 태어난 하툼은 1975년 런던에 머물던 중 레바논 내전이 발발하면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후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해 왔다. 1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한옥에서의 설치는 처음인데, 장엄한 기둥 사이에서 내 작품이 한층 마법같이 보였다”고 말했다.

빵 끈을 이어 만든 최성임의 '황금이불'. 연합뉴스

빵 끈을 이어 만든 최성임의 '황금이불'. 연합뉴스


최성임은 매일 식탁에서 쓰고 버려지는 빵 끈을 엮어 대형 설치 ‘황금이불’을 만들었다. 잇고 포갠 빵 끈이 480×620㎝ 크기의 이불 형태가 됐다. 재료는 빵 끈만이 아니다. 네 아이를 키우며 가사와 돌봄, 창작이 교차하는 삶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온 작가의 경험이 오롯이 담겼다. 그 자투리 노동의 결과로 탄생한 이불은 흔들리는 정체성 속에서도 가고자 하는 길, 이루고자 하는 집념을 놓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덮어준다. 최성임은 “이불은 아침에 눈 떴을 때 처음 만나는 풍경이며, 눈감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는 풍경”이라며 “일상을 재현하기보다 사물의 기능과 형태를 조금 다르게 해서 세계를 전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아차 방풍막으로 쓰이는 PVC 비닐 수천 장을 겹쳐 만든 김윤수의 '바람의 표면'. 연합뉴스

유아차 방풍막으로 쓰이는 PVC 비닐 수천 장을 겹쳐 만든 김윤수의 '바람의 표면'. 연합뉴스

김윤수의 ‘바람의 표면’ 연작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발바닥 윤곽을 유아차 방풍막으로 쓰이는 얇은 PVC 비닐에 옮겨 오린 뒤 수천 겹 쌓아올린 작업이다. 한 장일 때는 투명하던 비닐이 켜켜이 포개지면서 짙은 푸른빛 덩어리가 된다. 처음 공개되는 하린당에는 골판지를 가늘게 잘라 감고 이어 붙인 ‘바람(투명한 사유에 관한 조각)’을 전시했다. 자신의 발바닥을 따라 감기 시작한 골판지가 쌓여 토기처럼 보이는 조각이 됐다. 그는 “우리는 흔히 머리나 손 위주로 생각한다”며 “발은 인간이 자연과 접점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골판지를 끈처럼 얇게 잘라 발이나 가위를 대고 감아 올린 김윤수의 '바람(투명한 사유에 관한 조각)'(2001). 사진 포도뮤지엄

골판지를 끈처럼 얇게 잘라 발이나 가위를 대고 감아 올린 김윤수의 '바람(투명한 사유에 관한 조각)'(2001). 사진 포도뮤지엄

선혜원은 SK그룹 창업주 최종건 회장이 1968년부터 사저와 개인 연구소로 사용한 한옥이다. 이후 그룹 연수원으로 쓰이다가 지난해 문화공간으로 개관했다. 온지음 집공방 기획·설계, SKM 및 조병수 건축사사무소와 협업했다. 경흥각에서는 올 초 방탄소년단(BTS)의 5집 타이틀곡 ‘스윔(SWIM)’의 공연 영상을 촬영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무료.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일주일 단위로 예약할 수 있다. 3일 프리즈 서울의 연계 행사인 ‘삼청 나잇’에는 오후 6~9시 야간 개장하고 크로스오버 그룹 블랙스트링의 공연도 열린다.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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