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 소속 수단 비카시 마하르잔(Sudan BikashMaharjan) 원격탐사 분석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민철 기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빙하호가 47개나 더 있습니다.”
2일 오후(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에서 만난 수단 비카시 마하르잔(Sudan Bikash Maharjan) 원격탐사 분석가는 이번 네팔 대홍수와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ICIMOD는 중국·인도·네팔·파키스탄 등 히말라야 8개국이 참여하는 정부 간 기구다. 이번 홍수 원인 분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꼽힌다.
수단 분석가는 이번 재난이 일반적인 빙하호 붕괴(GLOF)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동안의 홍수는 빙하 안에 호수가 급격히 형성됐다가 빙하 내부 수로를 통해 갑자기 빠져나가며 발생했다”며 “이번 홍수의 주된 원인은 암반·얼음 사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발 약 5200m 지점에서 3700m 지점까지 폭 약 2㎞ 규모의 암반과 얼음 덩어리가 무너져 내리면서 아래쪽의 빙하 위로 떨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물과 토사 유출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렇게 발생한 돌발홍수로 인해 강 수위가 30분 만에 최대 9m 상승했고, 대비할 틈도 없이 큰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네팔에 위치한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 변민철 기자
ICIMOD는 기후변화가 이번 홍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 기관은 지난 3월 힌두쿠시-히말라야 빙하 손실 속도가 2000년 이후 두 배로 가속화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단 분석가는 ”빙하가 녹는 것뿐만 아니라 산 내부의 암석과 지형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중요하다“며 “암석이 왜 무너지는지는 아직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암석 내부에는 얼음이 많은데, 기후변화로 이 얼음이 녹기도 한다”며 “원래 영하로 유지돼야 하는 곳의 온도가 영상으로 올라가는 등의 기온 변화가 빙하와 암석의 불안정성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향후 비슷한 재난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산악지역에 빙하가 녹아 생긴 작은 호수들이 있지만, 홍수가 발생하더라도 이번보다 규모가 작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수단은 “현재 위험한 빙하호가 47개나 있고, 이런 사실을 네팔 정부에 알려 왔다”며 “언젠가 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빙하호 중심 감시만으로는 암반·얼음 붕괴처럼 발생 원인이 다른 재난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내놨다. 수단 분석가는 끝으로 “네팔은 지진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산악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또 다른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연구와 함께 네팔 정부 차원의 주거·개발지역 관리가 필요하다”며 “사람들이 강 바로 옆에 집을 짓지 않고 안전한 곳에 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네팔 대규모 홍수로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을 수색하기 위해 파견된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 2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지역 람체에서 어퍼트리슐리(UT)-1 발전소 수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네팔·중국 국경에서 발생한 홍수로 이날까지 1050명이 사망했다. 중국 측 사망자 16명과 합한 전체 사망자는 1066명이다. 실종자는 네팔 쪽에서 3916명(외국인 590명), 중국에서 546명(외국인 261명) 등 총 4462명이다.
한국인 실종자 9명을 찾기 위한 정부의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이날 오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44명 규모의 KDRT는 먼저 입국한 신속대응팀과 합류한 뒤 네팔 당국과 협력하면서 한국인 실종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구조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