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통 미주지역회의 평화공존 정책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사법연수원 14기 법조인들이 2일 청와대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에 근거 없는 대법관 재제청 강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성기문 변호사가 회장을 맡고 강민구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이 참여한 ‘사법부 독립 수호를 위한 사법연수원 14기 법조인 84인’은 이날 ‘헌법의 경계를 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대법관 인사권을 대법원장·국회·대통령에게 분산한 것은 어느 한 권력도 최고법원의 구성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권력분립의 핵심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해 후보자 선택권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대통령의 임명권을 보조하는 하위 권한이 아니라 헌법이 사법부 독립을 위해 직접 부여한 독립된 권한”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 사전 협의가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이 요구하는 제청의 효력요건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선호하는 특정 후보자가 제청될 때까지 다른 후보자를 거부한다면 사실상 대통령이 제청권과 임명권을 함께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4부 요인 회동에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제청 반려권을 신설하려는 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미 이뤄진 제청을 무력화하고 특정한 인선 결과를 만들기 위해 사후적으로 법을 변경하는 것은 제도 개선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제청 반려권을 법률에 신설하거나 기존 후보군에서 재제청하도록 강제하는 입법은 헌법상 권력배분을 흔드는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에게는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을 존중하고 헌법에 근거 없는 재제청 강요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국회에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축소하는 입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는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헌법이 부여한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한다”며 제청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재제청 요구에 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사법개혁과 사법장악은 엄연히 다르다”며 “한 사람의 대법관을 얻기 위해 헌법의 경계를 허문다면 잃게 되는 것은 사법부 독립과 권력분립,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라고 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과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이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한 손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국회에 제출했다.